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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Feb 06. 2023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뇌과학

책 읽기 프로젝트 50 #35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표지 때문에 골랐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뇌과학>이라는 제목도 눈길을 끌었지만,  낙서 같은 그림에 선명한 노란색 뇌가 눈에 들어왔다. 표지 그림 속에는 원제인 <How to Unchain Your Brain>가 적혀있었고, 어떻게 이 제목이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뇌과학>으로 번역되었는지 호기심도 일었다. 아마도 잠 못 드는 시리즈로 만들기 위함이었겠지만.


이 책은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테오 컴퍼놀이 몇 년 앞서 쓴 <브레인 체인 Brain Chain>의 핵심내용을 간추려 발표한 것이다.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간략하게 알려주는 가이드북 같은 느낌이다. 뇌와 정보통신기술(ICT) 사이의 시너지를 유도해서 지적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매 챕터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해 두고, 삽화나 인포그래픽이 적절하게 들어있어 아주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아무래도 원래 출간되었던 책을 요약해 만든 책이라 핵심만 담겨있고, 더 깊이 있는 내용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책은 다섯 장으로 나뉘어 있다. 책은 다섯 장에 걸쳐 뇌와 과학기술과의 관계, 뇌에 대한 기본 지식 등을 포함해, 뇌의 활용을 방해하는 것들,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ICT에 접속된 '커넥티드(connected)' 상태가 지속되면 지적 생산성이 감소한다고 주장하며 그 원리와 이유를 세 가지 뇌의 작동방식을 통해 이야기한다. 우리 뇌는 생각하는 뇌, 반사용 뇌, 그리고 저장용 뇌 세 가지로 나뉘어있다. 생각하는 뇌는 감각의 영역 밖에 있는 추상적인 존재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상상을 할 수 있는, 언어의 바탕이 되는 뇌다. 반사용 뇌는 태초부터 있던 동물적 뇌로 오감을 통해 느끼는 현재의 경험에만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저장용 뇌는 매일 처리하는 방대한 정보를 처리, 저장하는 뇌로 사람이 수면을 취하거나 쉴 때 정보를 거르고 재구성해 저장한다.  


생각하는 뇌는 복잡한 일을 수행하지만 멀티태스킹에는 취약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회의를 하면서 이메일을 확인하는 ‘동시적 멀티태스킹’이나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음성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이메일로 돌아오는 ‘연쇄적 멀티태스킹’에 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회의 내용을 놓치거나, 여러 가지 일을 왔다 갔다 처리하려다가 되려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멀티태스킹은 효율성, 창의성, 생산성에 손실을 입힌다. 멀티태스킹 대신 30분간 중단 없이 일을 지속하면 10분씩 세 번 일하는 것보다 3배 더 효율적이고, 3분씩 10차례 일하는 것보다 10배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반사용 뇌의 반응은 생각하는 뇌보다 훨씬 빠르다. 오감을 통해 입력된 내용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피아노를 치고, 운전을 하는 등의 복잡한 행위를 배우고, 자동으로 반복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뇌를 통해 반사용 뇌의 성급함을 통제해야 비이성적인 실수를 피할 수 있다. 우리가 한 가지 일을 하는 동안 갑작스러운 감각 변화가 발생할 때 반사용 뇌의 주의를 빼앗기는데 그럴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되고 결국 그런 자극에 중독된다.


반사용 뇌는 오직 현재에만 집중할 뿐만 아니라 인지 편향 및 휴리스틱(특정 상황이나 사안에 대해 엄밀히 분석하기보다 제한된 정보만으로 어림짐작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라는 선천적 단축경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걸핏하면 어처구니없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마케팅 관계자들, 앱 개발자들, 소셜미디어들이 이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스마트폰 화면에 붙들어 놓고 돈을 물 쓰듯 쓰게 만들고 개인정보를 앗아 간다. P.113


생각하는 뇌와 반사용 뇌는 보통 조화를 이루며 협업한다. 반사용 뇌는 일상적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해답을 내놓으면 생각하는 뇌가 이를 수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 예를 들면 몸에 이미 익숙한 운전이 반사용 뇌에서 처리하는 일이라면, 갑자기 눈앞에 어떤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해답을 내어놓고, 생각하는 뇌가 다음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뇌의 협업이 멀티태스킹이다.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으면 반사용 뇌가 추적을 거듭하게 되고, 우리가 시간에 쫓기거나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특히 그 추측이 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경솔하고 잘못된(바보 같은) 결론이나 결정에 도달하게 된다. 앞서 말한 편향, 휴리스틱 때문이다. (…) 가용성 편향으로 인해 우리는 희소한 사건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 밴드왜건 효과로 인해 어리석은 집단사고에 순응하기도 하고, 손실 회피 편향 때문에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잘못된 투자나 결정을 되돌리지 못한다. p.138


하지만 운전을 하며 전화통화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블루투스로 전화를 받고 있더라도, 생각하는 뇌를 이미 전화에 사용하고 있어 같은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반응하는 뇌와 생각하는 뇌의 협업이 오로지 운전에 집중하고 있을 때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뇌의 활용도를 더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다섯 가지 방법으로 설명한다.


정보가 곧 지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관련 정보를 찾아내고 처리하기 위해 노력, 주의, 집중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지식, 통찰력, 창의성이 쌓인다. p.16


우리의 삶 속에서, 일을 할 때든, 책을 읽을 때든, 우리는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기를 바라고 통찰력과 창의성을 갖기를 바란다. 지금 같은 초연결사회에서 연결을 잠시 차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책을 읽고 며칠 후 주말 아침, 핸드폰과 애플워치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해 보았다. 음악도 틀지 않고 그저 책에만 집중해서 읽었다. 그 한 시간 반 남짓 한 시간이 편안했고, 책 내용도 마음에 더 와닿는 것 같았다. 우리 모두가 잘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메일, 카톡,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잠시 떠나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우리 삶에 종종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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