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라맘 끌레어 Sep 22. 2022

그렇게 여행 다니며 뭘 깨달았어요?

여행육아로 바뀐 엘라


3년 동안 적어도 66번의 비행기를 탔고, 203일을 집이 아닌 곳에서 잤다. 대략 1년 동안 세계여행을 한 것과 다름없는 생활을 보냈다. 그것도 어린 엘라와 함께.

영국은 한국과 다르게 여행으로 교외 체험학습을 대체할 수 없다. (유치원 다닐 때 가족여행으로 5일 결석하는 것도 갖은 핑계를 되며 겨우 허락 맡았다.) 그렇다 보니 영국에서 방학, 공휴일에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가 성수기 기간이다. 공휴일이 포함된 주말을 꽉 채워 여행하려니 새벽에 공항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새벽 2-3시, 자는 애를 깨워 아침 비행기로 출발했다.

인산인해를 이룬 런던 공항을 빠져나갈 때마다 ‘돈 받고 이렇게 여행 다니라고 하면 못 다닐 거야. 어떤 에너지가 이렇게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여행에 영혼을 갈아 넣는 건 확실해.’

‘그렇게 다닌 여행에서 뭘 깨달았어요?’라고 묻는다면, 완벽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완벽한 여행지도 없다는 것!

아이슬란드의 빙하와 화성 같은 곳도 공항에서 차를 타고 많이 들어가야 하고, 핀란드 로바니에미는 옷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고, 이탈리아 돌로미티는 꼬불꼬불 길을 몇 시간 견뎌야 하고...


완벽한 여행지는 없다. 하지만 후회하는 여행지도 없다. 그 말은 여행도 삶도 정답이 없다는 것.

  


  한국에 들어오고 얼마 후 엘라가 나에게

“엄마, 한국은 어쩜 이렇게
집도, 사람도 비슷하게 생겼어?


(아파트가 생긴 형태, 검은색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도 하나같이 비슷하다며)

심지어 겨울 옷차림도 다 똑같아. 여자아이들은 모두 핑크고 어른들은 모두 블랙이야.”

다양한 인종이 사는 런더너 엘라 눈에는 우리네 한국 일상이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다.


트렌드(유행)에 민감한 한국,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옛날 사람’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곳.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지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따라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그 흐름의 끝은 개성은 사라지고 획일화일 뿐인데…


“엄마, 제일 신기한 건 점심에 매번 밥만 나와. 런던에서는 스파게티, 치킨, 타코 등을 포함해 밥 나오는 날이 드물었는데..."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정답도 오답도 아닌 다른 답일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주변 사람들이 정해놓은 답에

도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눅 들지 말 것.


여행을 다녀보면 시야가 넓어지면서 제3의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들이 다 가는 길보다 가지 않는 길에 만족도가 높다는 것. 그게 살면서 큰 위로가  될 줄이야.


삶은 여행이다(Life is journey). 다른 모든 여행처럼 삶에도 끝이 있다. 여행을 벗 삼아 삶의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추측해본다면 '더 경험하고, 더 느끼고, 더 사랑하며 살걸.' 하는 후회가 생기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엘라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엘라야, 우리는 길 위에서 많은 경험을 했지? 어린 엘라는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도 두려워했지만 여행으로 자란 엘라는 언제나 씩씩하게 물어보며 길을 찾았어.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참 따뜻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살면서 힘든 일을 겪어 길을 잃더라도 여행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적용해보면 좋겠어. 위기에 직면했을 때 걱정하며 발만 동동 굴려봤자 달라지는 게 없었잖아.

아무리 계획해도 여행(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우물쭈물 망설이는 사이에 시간은 다 흐르더라. 그러니 하나라도 도전하며 즐겁게 여행하다(살다) 보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고, 그 극복했던 경험이 어떤 상황에서도 너를 일어서게 할 수 있는 힘이 될 거라는 것을.

그러니 크게 고민할 일도, 걱정할 일도 없이 마음속에 뭔가가 떠오른다면 즉각 실행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결과에 대해서는 ‘아님 말고, 다시 시도하면 되지.’ 하는 생각"


엘라에게는 여행 자체가 가장 훌륭한 교육이었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떨치고 해 보니 별 것 아니라는 생각. 이런 경험은 엘라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라 믿으며 ‘엘라네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이전 04화 가출한 모녀가 예쁘다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