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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구 Jul 29. 2021

나의 아버지

나는 너에게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름 빛깔이 물들 때, 더위에 지쳐 잠시 너에게 휴식을 주는 나무 그늘처럼


소나기가 잠시 너를 젖게 만들 때, 비를 피할 수 있는 나무 아랫목처럼


시원한 바람이 찾을 때, 잠시 기댈 수 있는 나무처럼


겨울밤 손이 시려 잠시 바람을 막아 줄 수 있는 버팀목처럼


나는 너에게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뜨거운 햇빛에도 가만히 서서 푸른 빛깔을 만들어 내고, 

태풍이 와도 쓰러지지 않을 단단한 뿌리를 내리며,

줄기를 한 없이 길게 뻗어나가야만 했고,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지켜내며, 

모든 상처를 너에게 보여주지 않아야 했다.


나는 너에게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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