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름 빛깔이 물들 때, 더위에 지쳐 잠시 너에게 휴식을 주는 나무 그늘처럼
소나기가 잠시 너를 젖게 만들 때, 비를 피할 수 있는 나무 아랫목처럼
시원한 바람이 찾을 때, 잠시 기댈 수 있는 나무처럼
겨울밤 손이 시려 잠시 바람을 막아 줄 수 있는 버팀목처럼
나는 너에게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뜨거운 햇빛에도 가만히 서서 푸른 빛깔을 만들어 내고,
태풍이 와도 쓰러지지 않을 단단한 뿌리를 내리며,
줄기를 한 없이 길게 뻗어나가야만 했고,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지켜내며,
모든 상처를 너에게 보여주지 않아야 했다.
나는 너에게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