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방2036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조예은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

by MJ Lee

추석연휴 기간에 들렀던, 시집과 소설책으로 가득한 <문학소매점>에서 발견했다. 반가웠다. 귀여운 빨간색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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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4 세상에 수많은 형태의 책방이 있지만 나에게 책방은 ‘살롱’이다. 버찌책방이 단순한 책 읽기를 넘어서 예상 밖의 독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열린 공간이길 원한다. 취향 공유에서 출발해 문화, 사회적 담론이 오가고 느슨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곳. 경험을 기억으로 켜켜이 쌓아가는 문화 공간 말이다. 그래서 책방을 열 때 로고와 함께 제일 먼저 디자인한 건 공간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한 문장에 담는 일이었다.


p.11 ‘함께 읽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콘셉트와 슬로건 ‘read your life’은 책과 사람을 잇고, 그 연결 고리를 꾸준히 돌보기를 잊지 않으려는 방향타였다. 끊임없이 변화하되 한결같은 마음은 유지하기, 그것만이 책방지기의 변함없는 계획이었다. 버찌책방에서 책은 판매 수단일 뿐, 우리는 생의 온기가 깃든 경험을 판다.


"책과 사람을 엮는 다정한 책방의 기록"이라는 부제도, 책 뒤표지에 인쇄된 "속도보다 환대를 택한 책방의 성장기"라는 표현도 좋았다. 내가 상상하는 <책방2036>과 작가님이 운영하고 있는 <버찌책방>의 결이 비슷한 구석이 조금 있는 것 같아서 반갑기도 했다.


책방의 철학과 핵심가치가 명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든, 어떤 상황에서든 책방에 대해 분명하고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가치와 철학과 콘셉트. 그래야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안팎의 어려움에 잘 대응하고,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


p.135 (리브랜딩 작업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책방과 책방지기의 메시지는 일관된다고 생각했으나 그 전달 방식에 있어 체계적이지 못하고 디자인도 세련되지 못하다고 느꼈다. 책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외부 전문가와 소통하여 오래 할 수 있고 돈이 될 수 있도록 ‘버찌책방’을 진짜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


무엇보다, 작은 책방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작가님의 믿음과 의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버찌책방>처럼 브랜드 전문회사의 도움을 받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p.133-136에서 일부 소개하고 있는 브랜딩 사전질문지는 책방을 고민하며 반복적으로 체크해 봐도 좋을 듯하다. 예전에는 정년퇴직하고 소일거리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이왕 할 거 제대로,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일찍 퇴사를 하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작가님의 말처럼 '오래 할 수 있고 돈이 될 수 있도록.'


p.207 [chapter “새벽에 오실래요”] 오르한 파묵의 《먼 산의 기적》에서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세상을 떠올리기 때문이 아니라 잊게 해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듯, 책과 커피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그 시간 속에 머물다 보면 어느새 나의 삶을 관조하게 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새벽 시간에 오롯이 마주했던 책, 책이 낳은 사유, 반성과 다짐, 새벽하늘과 새소리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


p.124 투자 비용이 적고 단시간에 책방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을 꼽자면 아마도 ‘책갈피’와 ‘스티커’가 아닐까 싶다. 손님이 고른 책의 책장 사이에 책방의 감성과 아이디어가 담긴 작은 종이를 끼워주는 일은 공간의 경험을 기억해 달라는 무언의 애정 표현이기도 하다.


늦은 밤 책 읽기 모임(그냥 둘러앉아 말없이 책만 읽는)을 생각해 본 적은 있는데, <버찌책방>에서는 새벽에 모임을 하고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마음이 맞고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새벽 모임은 정말 유익한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책갈피도 고급지게 잘 만들어야겠다.


가까운 곳은 아니지만, 언젠가 꼭 한 번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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