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방2036

스페인책방

2025. 11. 15. / 중구 퇴계로 36길 29 기남빌딩 302호

by MJ Lee


©Myeongjae Lee


스페인, 중남미 관련 책 / 스페인어 원서 / 독립출판물

스페인 덕질 / 다양한 모임과 워크숍 / 스페인책방 라디오 기획, 진행


<스페인책방>을 소개하는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책방지기님은 '스페인'에 진심이신 것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문 책방을 하는데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스페인책방>에 다녀왔다.

스페인 작가뿐 아니라, 중남미 작가들까지 아우를 수 있어서 큐레이션이 가능한 콘텐츠의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포르투갈, 브라질까지 포함할 수 있고, 여행서적, 스페인어 학습서적까지, "스페인"이라는 우산으로 씌울 수 있는 스펙트럼은 아주 다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방2036>도 고민 중이다. 이론상으로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그리고 구소련 국가였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발트 3국까지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도 있겠으나, 너무 산만하지 않게,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색깔이 바래지 않게 그 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을 부리다가 책방의 정체성과 색깔을 잃지 않도록. 그런 차원에서 <스페인책방>의 큐레이션에서는 무언가 절제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페인책방>에는 독립출판물, 일반 신간들도 소규모 세션을 구성하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공수된 에코백, 문구류, 액세서리, 포스터 등등 아기자기하고 탐나는 아이템들이 틈새 공간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책방지기님이 직접 찍은 사진들로 만든 엽서, 과거 스페인 축구대표팀 유니폼 색깔과 비슷한 빨간색의 '7주년 기념 수건'도 판매되고 있었다. <책방2036>에서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우표(우체국에서 판매하는 기념우표 등)를 판매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스페인 우표(한 번 사용된, 직인이 찍혀 있는)를 보니 반가웠다.


무엇보다,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는 스페인어 원서들이 인상적이었다. 스페인어를 전혀 몰라서 어떤 류의 책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림책, 베스트셀러 등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거나 유명한 원서들인 것 같았다.

책방을 방문했을 때 영어로 대화하는 외국인 커플과 스페인어로 대화하는 커플(남성은 한국사람인 것 같았다.)이 그 책장 앞에서 책을 살피고 있었다. 의외였다. 그동안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책방2036>에서도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원서들에 대한 수요가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통계를 확인해 봐야겠지만, 스페인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외국인보다는 러시아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더 많이 체류하고 있을 것 같다.


스페인책방 소장 책입니다

근처에 이 책이 보이지 않으면 말씀해 주세요. (두 번째 문장은 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이렇게 책 표지에 붙어 있는 노란색 동그란 스티커도, '한 권만큼은' 손님도 편안하게 들여다보고 책방지기도 걱정 없이 내어줄 수 있도록 해주는 이 방식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책방지기님의 실제 의도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하면 조심성 없는, 혹은 무례한 손님들로부터 책을 보호해 낼 수 있을까"가 벌써부터 큰 걱정거리인데, 한 권은 잊고 나머지 책은 비닐에 꽁꽁 싸서 매대에 쌓아 놓으면 조금은 마음이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비용이 만만치는 않겠고, 모든 책을 그렇게 관리할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작은 책방 에티켓'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잘 지켜주면 하는 바람이다. <스페인책방>의 남다른 에티켓 '교육(?)' 방식은 센스가 돋보였다. 눈치를 못 채고 3층까지 올라오는 손님들도 있겠지만, 계단의 1.5층 벽에는 "책방지기님의 책방에서의 요청사항"이, 2.5층 벽에는 "책방 내부 사진촬영에 대한 에티켓"이 적혀있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는 않는 곳이어서 차분하게 내용을 읽어볼 수 있었다. '책방으로 가는 길, 여기가 맞아요'라는 메시지와 더불어 '책방 에티켓'을 함께 안내해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이곳에서도 <책방2036>에서 큐레이션 할 수 있는 책을 찾아냈다. 폴란드 왕족 아버지와 멕시코 귀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의 『아이리스』(은행나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동유럽 기행』(민음사)을 구입했다. '우크라이나 디아스포라 작가'라고 내가 억지를 부리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책들도 있었다. 요즘은 책 읽는 속도가 책 구입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심정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여러모로 불편한 마음이 큰데, 그래도, 이렇게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책여권도 주시고 도장도 찍어주시니, 기쁨도 크다.


©Myeongjae Lee


지하철역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조금 빙 둘러서 부동산 한 곳에도 들러봤다. 큰 길가 1층의 10평 남짓한 공간이 보증금 1,500에 월세 115만 원이라니. 고도제한으로 개발이 어려워 노쇠한 이곳 시세가 이 정도라면, 서울 경계 내에서 감당이 가능한 공간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은 월세인 것 같다. 그래서 그저께 주문한 책은 『그래서 스테이블 코인이 뭔데?』(a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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