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까르찌나 / 2025.10.16. / ↑ '맑은 아침(2019)'
블라디미르 펜튜흐의 '맑은 아침'을 실물로 보기 위해 성수동의 갤러리 까르찌나로 향했다.
알고리즘에 힘입어 모니터 위에 뜬 그림은 25년 전 겨울, 어찌어찌 하룻밤을 묵게 된 시베리아 레나강변의 어느 마을에서 만난 영하 35도의 아름다운 '맑은 아침'을 떠오르게 했다.
'맑은 아침(2019)'
파란색과 보라색 사이 이런저런 지점의 색깔들로 표현된 눈밭은 기억 속 그 색채 그대로였다. 짧은 시간 눈으로 보았다가, 뇌 속 깊은 어딘가로 숨어 들어간 그 이미지와 색감이 그림 하나를 보자마자 바로 되살아났다는 게 신기했다.
(2000년 겨울, 레나강에 발을 딛고 찍은 위 사진은 오래전, 오래된 필름을 스캔한 파일이라 퀄리티가 좋지 않고, 그 '맑은 아침'이 오기 몇 시간 전 여명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정신으로 그 추운 새벽에 꽁꽁 얼어붙은 레나강 위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건지 모르겠다.)
혹시나, 10년 뒤 <책방2036>에 걸어 놓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싶어서, 마침 전시장을 지키고 계시던 관장님께 살짝 가격을 물어보았다. 역시나.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을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 대신 관장님의 책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자유문고)를 구입하고, 사인을 받았다. "꼭 읽어보셔야 해요." 당부와 함께. 나는 "10년 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문 책방을 계획 중"이라고 소개하면서 명함을 드렸다.
'러시아'라는 하나의, 나의 애정하는 테마로 특화된 갤러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반가웠고, 기뻤고, 감사했다. 이런 표현을 써도 되나 모르겠지만, '동지'를 만난 느낌이었다. 나중에 정말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협업도 가능할 것 같았다. 책과 그림의 만남이라, 말만 들어도 설렌다. 관장님 말씀처럼 갤러리 가까이에 책방을 열면 시너지 효과도 날 수 있겠다 싶었다. 다양한 '러시아' 관련 굿즈도 같이 만들어 판매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관장님 모시고 '고품격'의 북토크도 가능하겠다.
'마을 변경의 겨울(2001)'은 우중충하기 그지없던 흐린 겨울날들의 키예프 변두리를, '봄(2013)'은 따스운 햇살과 봄기운으로 몸과 마음이 덩달아 밝아지던 봄날의 키예프와 시베리아의 야쿠츠크를 떠올리게 했다.
참, 까르찌나(картина [kartina])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참,'맑은 아침(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