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주말 오후
2020.05.16
이번주 일요일부터 독일은 미사가 재개된다.
가톨릭 신자로 세례를 받은 중3 때부터 지금까지 주일 미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채 10번이 되지 않는 듯하다. 코로나 사태로 미사가 중단되고 느꼈던 그 어색함과 허전함이 익숙해 질 때 즈음 다시 원래의 루틴으로!
내 평생에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미사가 중단되는 사태는 다시 오지 않을 듯하니, 아마도 오늘이 내가 합법적(?)으로 누리는 마지막 주말의 여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오늘 기온은 10°C
입하立夏가 지났다는데 여전히 독일은 쌀쌀하다. 먼지투성이 집을 환기 시키며 커피 한 잔~
커피잔에 새겨진 브람스의 인생 모토, 'Frei aber einsam(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문구가 주말 오후의 커피타임과 참 잘 어울린다.
매주 '유로저널'이라는 신문에 음악 칼럼을 연재하고 독일 기사를 보내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합본 발행해서 2주에 한번 보내는데도 왜 이렇게 마감은 빨리 돌아오는지...
매번 원고를 송고할 때마다 미리미리 써야지 다짐하는데, 미리 컴퓨터 앞에 앉아봐도 애꿎은 커피만 들이키고 단 한 글자도 머리에서 뽑아져 나오지 않는다.
마감이 초와 분을 다퉈 다가오고 똥줄이 타야지만 뇌가 작동을 시작하는 듯 ㅠㅠ
이번 주 원고 마감도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제목과 첫 두 줄만 썼다.
망했다!
작업은 속도가 붙지 않고 머리만 아프니, 다 내려놓고 잠시 발코니 구경~
지난주 심어놓은 쑥갓과 깻잎이 제법 자랐다. 언제 키워서 언제 뜯어먹나?
깻잎은 낮은 발아율로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해서 잔뜩 부렸더니 이번엔 죄다 싹이 올라왔다. 떡잎이 자라난 씨앗만 족히 50개는 되는듯한데 저것도 나름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버리지는 못하겠고 조만간 분양을 시작해야 할 듯하다. 그렇잖아도 좁은 발코니를 깻잎 밭으로 만들 생각은 없으니...
2월 말이었나? 늦잠을 자고 급히 출근하다 핸드폰이 돌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딱 화면 절반이 망가졌다.
핫하다는 접는 핸드폰 갤럭시 플립마냥 절반이 갈라져서 번쩍번쩍 녹색 불빛을 시도 때도 없이 뿜어댔는데 오래오래 버티다 결국 새 핸드폰을 질렀다. 이렇게 또 빚더미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아무래도 핸드폰은 2년 할부금이 끝나면 자동폭파되는 기능이 심어져있는 듯하다.
딱 2년째 부터 해골해골 하니... 이번 핸드폰은 제발 좀 오래 써보자 ㅠㅠ
이제 소중한 주말도 오후에 접어들었으니,
댕댕이 산책 시중 들어드리고 돌아와서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다시 마감의 압박에 시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