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진화할까
행복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이를 수천 년간 탐구했고, 종교는 천국이나 해탈로 상징해 왔다. 이 글에서는 하나의 실험적 시도로서, 행복을 ‘호르몬 반응’이라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 엔도르핀. 이 물질들이 분비될 때 인간은 종종 쾌감과 안정, 유대감을 느끼며, 이러한 작용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보상 메커니즘의 일부일 수 있다. 물론 행복은 이보다 더 복합적인 개념이겠지만, 호르몬을 기준으로 인간이 어떻게 ‘행복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왔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의미 있는 시도다.
수십만 년 동안 인간은 수렵채집인으로 살아왔다.
그들은 예측할 수 없는 자연 속에서 이동하며, 공동체 중심의 삶을 영위했다. 이 방식은 뇌의 보상 구조와 조화를 이루었으며, 도파민은 발견과 탐험에서, 옥시토신은 유대감에서, 세로토닌은 생존의 안정에서 작동했다.
하지만 약 14000년 전, 인류는 농경과 정착을 시작했다. 삶은 고정되었지만, 인간의 뇌는 여전히 과거의 뇌였다. 장시간의 노동, 질병, 사회적 위계 등은 기존의 보상 시스템과 충돌했다. 정착은 생존율을 높였지만 심리적 만족도는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진화는 적응한다. 14000년은 짧지 않다. 정착이 생존에 유리했다면, 도파민은 예측 가능성에서, 옥시토신은 가족 중심의 관계에서, 세로토닌은 안정적인 일상에서 점차 활성화되도록 인간은 적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정착을 견디는 존재에서, 정착을 '좋다고 느끼는' 존재로 변화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는 규칙적이고 예측가능한 생활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이는 문화적 학습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뇌가 정착 중심의 보상 구조에 적응해 온 결과일 수도 있다. 정착은 이제 단지 선택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전제 조건이 된 듯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 원격 근무, 메타버스, 느슨한 관계, 빠른 변화. 이 모든 것은 정착 기반의 보상 시스템과 충돌하며, ‘제2의 적응 불일치’를 초래하고 있다. 정보 과잉, 연결 피로, 고립감 속에서 우리는 다시 ‘행복’이라는 감각과의 괴리를 겪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진화적 적응뿐 아니라, 문화와 기술을 통해 외부 보상 시스템을 설계하고, 감정을 교육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행복은 고정된 본질이기보다는, 환경에 따라 변화해 온 감정 체계일 수 있다. 수렵채집기의 행복, 정착기의 행복, 그리고 지금의 행복은 시대가 인간에게 요구한 서로 다른 감정의 형식이었을 뿐이다. 앞으로 우리는 또 어떤 감정을 ‘행복’이라 부르게 될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우리는, 행복을 다시 발명할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가장 놀라운 능력일지도 모른다.
*이 글의 내용은 작가 개인의 추론과 생각이 담긴 에세이임을,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내용에 기반하지 아니함을 밝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