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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자미라고요?

가자미조림♡



가자미조림


가자미는 깨끗이 씻어 사선으로

칼집을 내준다.

바닥에 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고

무를 큼직하게 썰어 깔아주고

콩나물 삶은 물을 무가 잠길 정도로만

자작하게 부어준다.


마늘쫑의 계절이니 마늘종도 듬뿍

얹어준다.


가자미를 얹고 양념장을 얹어 끓이면서

국물을 계속 끼얹어 준다.


마지막에 파 송송 썰어 뿌려준다.

(양념장은, 다진 마늘, 생강가루, 고춧가루,

청양고추 조금, 맛간장, 맛술 조금 넣어

빡빡하게 섞어 미리 준비해둔다.)


통통한 가자미는 비린내도 없고

하얀 살이 야들야들한 게 참 맛있다.

콩나물 삶은 물을 사용하면 무에서 나온

수분과 함께 양념장이 어우러져

구수하다.




오랜만에 생선조림 좀 해볼까 하는 마음에

장바구니 휘적이며 이마트에 갔는데

생선코너 앞에서 할머니 두 분이 옥신각신 중이다.


" 이건 가자미가 아니라 광어네"

" 아니, 이게 무슨 광어예요, 가자미 맞아요."

" 아, 글쎄 , 광어라니깐. 저 눈 생긴 거 봐"

" 눈이 붙어있는거 봐요. 가자미 맞지.

근데, 왜 나한테 반말 이우?"


가자미 눈으로 시작한 언쟁이

서로 반말을 왜 하냐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었다.

호기심여왕인 내가 지나칠 리가 없다.

얼른 초록창 검색을 해보았다.


<좌광우도>를 기억하랜다.

광어는 왼쪽에 도다리와 가자미는 오른쪽에 눈이 있단다.

광어, 가자미, 도다리는 모두 넙치라고 하며

모래 속에 납작하게 숨어 살아야 해서

넙적하게 생겼다고 한다.

문제의 그 생선은 가자미가 맞았다.


이 내용을 두 분께 읊어 드리는데

귀를 쫑긋시며

" 그래서, 결론은 광어야 가자미야"

라며 재촉하시는 것이다.


'너~~ 말 잘해라. 가자미라고 했다가는...'

한 할머니의 눈빛을 읽었지만

진실이 중요하니

"이건 가자미가 맞아요." 해버렸다.


그 할머니가 자리를 뜨며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흘리셨다.

" 꼭 가자미눈 같이 생겼어"


집에 돌아와 다시 초록창에 검색하니

< 화가 나서 옆으로 흘겨보는 눈>

이라고....


나이가 들면 자기주장이 강해져서

고집을 많이 피운다고들 한다.

설령 자신이 틀려도 맞다고 우길 확률이

높아진단다.


막상 내가 언어 테러를 당하고 보니

처음엔 폭소가 터졌고

곱씹으니 화가 났다.

내 눈은 소중하니까.


어느 소설가의 작품에서

늙어가는 것이 젊은 날의 잘못으로 인한

'벌'이 아니라고 했는데

내 생각에는

그렇다고 '선물'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그저 흐름이요, 현상일 뿐이다.


어차피 누구나 나이 드는 거 억울해하지 말고

강퍅함이나 쓸데없는 고집은

만들지 말아야겠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지 않았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라떼'도 억울한데

'노땅'소리는 듣지 말아야겠다.


끓고 있는 가자미를 보니

내 눈이 니눈이라고?

빵 터지고 말았다.


<맛간장 만드는 법>

https://brunch.co.kr/@dreamkjykr/20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LFGfw66 v4 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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