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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 치기

분리수거하는 시간도 돈이다



Plastic attack


ㅅㄴ에 주문한 돼지고기가  배달되었다.

이 업체는 돼지고기의 질이 우수하고

신선하여 한 달에 한번 정도씩 주문을

하는데 배송받을 때마다 감사한 게 있다.


분리수거가 안 되는 보냉제 대신

 이렇게 생수를 꽁꽁 얼려서 육류와 함께

묶어 보내준다.

그래서 생수는 마시고

 병은 비닐 분리하여 분리수거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장을 보았다.

메모한 것만 딱 사고 계산을 하고 나면

나는 늘 구석으로 가서

 plastic attack을 한다.

벌써 10년도 더 된 것 같다.


물건마다 얼마나 겹겹이 포장이 되어

있는지 불필요한 과대포장 때문에

그걸 뜯어내고 잘라내느라

내 손은 늘 상처투성이다.


포장을 모두 제거하고 나면  

2개의 장바구니가 1개가 된다.


  한쪽에 쌓여 있는

일회용품들을 보면 태산처럼 쌓여있다.

마트 직원들은 이제 나를 보면

저 아줌마 또 시작이구나... 하는 눈초리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보라고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플라스틱 어택 했던 업체에 전화를 하여

대포장에 대해 의견을 내놓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회사들의 답변은

물건의 파손 예방 때문이라기보다

소비자들이 그런 번듯한 포장을 원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부끄러웠다.

내가 과대포장을 원한 건 아니지만

그들에겐 나 역시 '소비자' 아닌가.

또 , 쓸데없이 일회용품으로 거대하게 포장해서

후손들에게 쓰레기  지구를 남겨줄지도 모를

이 상황들도 부끄럽다.


겉이 화려하고 근사하면

  제대로 된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매번 장 보면  비닐 껍질 벗기고

일회용 포장지를 뜯느라

 10분은 족히  구석에서 이 짓을 해야 하니

그 시간도 낭비인 것이다.


오늘은 매니저에게

꼰대처럼 잔소리하고 왔다.

제발 업체와 계약할 때 포장 부분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을 부탁한다고.


1주일에 한번 분리수거의 날이다.

그 1주일 동안 집안은 쓰레기로 가득하다.

물론 한편에 정리를 해두긴 하지만

내 머릿속은 이미 그것들로 가득하다.


분리수거 날이 되면

집집마다 내놓은 재활용 물품들이

거대한 산을 이룬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제대로 씻지도 않고 버려서 분리수거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의식이 변해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포장이 거대해질수록

우린  분리수거의 괴로움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

상품의 가치가 최고인 것이 아니다.

차라리 포장을 줄이고

그 포장비용만큼 물건값을 낮춰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업체도 마트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지만

난 계속 문을 두드린다.

아이들에게 쓰레기 지옥을 남겨주 싫어서

나는 오늘도 계란이 되어 바위를 건드렸다.


장을 보고 온 날이면 이렇게 기운이

빠져서 꼼짝 못 한다.ㅠㅠ


https://youtu.be/_2dty6i9B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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