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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웃고 싶을 때가 있지


 < 2017. 7. 1 일기중에서>

도시의 여름 아침은

혼탁하고 갑갑하고 무겁기만 하다.

그래서 양재천으로 나왔다.


해가 지면 양재천 평상에는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로 붐빈다.

아침은 그렇지 않다.

고요하고 평화롭다.


평상에 앉아 장석주 작가님의 <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를 다 읽었다.


장석주 작가님의 글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은 것 같아서

읽는 순간 내 몸속으로 흘러 들어와 호흡이 돼버린다.

<대추 한 알>이 그랬고, <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가 그랬고

이 책 또한 다르지 않다.


내용 중에 < 놀지 못하는 자는 자유롭지 않다>

< 책은 불가능한 여러 겹의 삶을 가능하게 만든다>에 왕별 5개 표시한다.


이 글에서 말한대로 노동의 노예로 살아가지 않으려면

잘 놀아야겠는데 우리는 <잘 노는 것>에 익숙치 않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낼지 당황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의 시간들을 너무나 혹사시키며 살아왔다.

나의 시간들을 오롯이 잘 놀며 보낼 수 있도록 고민을 해보아야겠다.

잘 노는 법을 터득해서 자유롭고 싶다.


이분에겐 읽고 쓰는 것이 운명이란 생각이 든다.

이분만큼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이분에겐 읽고 쓰는 것이  숨쉬기와 같을 거란

생각이 든다.


48개의 산문을 20일 동안 천천히 읽었다.

두꺼운 책이 아니지만 빨리 훅 읽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 미안한 글이다.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도 않고

사유할 시간과 여유를 주는 이성적이고 지적인 그분의 글들을 좋아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게 생긴 변화는 20일 전부터

나도 매일 아침 사과 한 알로 시작한다는 것.

대추 한 알, 사과 한 알…

한 알의 의미를 작가님에게서 배웠다.


책을 덮고 돌아보니 도라지 꽃이 한가득이다.

수줍게 오므린 꽃봉오리를 터뜨리며 즐거워한다.

어릴 때 기억으로 톡톡 터뜨리며

소리 나게 터뜨리는 기술을 남편에게 전수한다.

" 아이,  이렇게 하는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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