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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기억은 무엇이 될까요

딸들의 선물 <광화문 연가>

< 커튼콜 장면- 윤도현의 ' 붉은 노을 '>


당신의 마지막 기억은 무엇이 될까요


응급실에서 마지막 심폐소생술을 앞둔 명우.

시간과 인연을 관장하는 미지의 세계에서 온 월하는 명우에게  죽음 직전에 1분이란 시간을 주며 말한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생각해 보라"


명우는 자꾸 뭘 생각하라는 거냐고 따지자

월하는 생각은 '기억'이라고,

죽음을 앞둔 이에게 1분은

어마어마한 시간이라고 소리 지른다.


그렇게 시작된 시간여행 속에서

명우의 지나간 시간들이 펼쳐진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작곡가  이영훈의  

주옥같은  음악들이 흐르고

80년대 청춘의 사랑, 방황, 2002 월드컵,

 이별, 새로운 만남 등으로. 이어진다


80년대 대학을 다닌 나는

공연 속 주인공으로 푹 빠져버릴 수밖에 없었다.

첫사랑의 기억으로 1분을 채워가던  명우가 마지막으로 깨닫는 건

아내를 가장 사랑했다는 사실.


1분 중 마지막 몇 초 전엔

결국 아내와 함께 사랑했던 시간을 되돌려 보면서 먼저 떠나  별이 되어 기다리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혼자 남은 아내는 남편이 만든

광화문 연가를 부른다.




울었다. 그것도 아주 펑펑 울었다.

 나의 20대가 생각났고,

이문세 4집과 함께 했던 내 젊은 날이 생각났고, 나에게 마지막 1분이 주어진다면

나는 무얼 기억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지금 생각으로는 허둥지둥하고 말 것 같다.

예정된 죽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죽음도 있다.

난, 부모님과 남동생을 그렇게 잃었다.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가족을 잃고 난 변했다.

매일 아침에 눈뜨는게 감사하고

매일이 선물받은 날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그러니 어떤 일이 생겨도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살아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지만

실은, 남게되는 자들은 상상못할

큰 아픔과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나는 어떤 기억을 할 것인가...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연 날이라서

대단히 멋진 커튼콜을 볼 수 있었다.

윤도현, 김호영, 노노 앙상블의 노래와 연기, 무대 디자인, 오케스트라의 연주...

잊지 못할 거다.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을

이렇게 챙겨준 우리 딸들...

이쁜 숙녀가 되어준 거 고맙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게 있다면 너희들을 낳은 거란다.

건강하게 너희들 곁에서

오래 오래 느티나무가 되어 줄게.

약속!

( 결혼기념일은 4월이었고 코로나  때문에

지금껏 미뤄온 딸들의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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