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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66이었던 이유


결혼하기 전 나의 엄마는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학교도 안 보내고,

출근도 못하게 했고, 외출도 못하게 하셨다.


그때는 유독

아침밥에 집착하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아서

화도 내고 짜증도 냈다.


한창 다이어트하고 멋 부릴 나이에

늘 살이 통통하게 올라

남들 44.55 사이즈 입을 때

난 66 사이즈를 입어야만 했다.


아침밥은 꼭 먹어야 한다며

노래를 하시는 엄마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27살 봄에 결혼이란 걸 하였다.

신혼여행 다녀온 그날부터 나에게

아침밥을 차려주는 이는 없었다.


슬펐다.




27년을 보고 자란 것이 있어서인지

첫날 새벽부터 아침밥을 차려

출근하는 남편에게 먹였다.


남편은 결혼 전에 홍삼가루 내지는

미숫가루 한 사발로 아침을 먹어와서

처음엔 아침상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듯했었다.

그러나 나는 새벽이면 무엇에 홀린 듯

벌떡 일어나

밥이며, 국이며, 나물이며…

내가 만들 수 있는 건 모두 만들어냈다.


맞벌이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 정성껏 아침을 차렸고

남편은 맛없어도 다 먹어주었다.




아이들이 생겼다.

결혼 후 5년간 시댁에서

큰아이를 돌보아 주셨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무한대의 사랑 속에 자란


큰아이는 아토피가 심했다.

아이가 어리광 부리며 소시지만 달라하니

그걸 다 주신 거다.



목, 팔, 발목에 거칠게 일어나는 피부를 보면서

회사 다니는 엄마 마음은 갈래갈래 찢어졌다.

그래서 10년간 다녔던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그때부터 조미료를 쓰지 않고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식재료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정제 설탕, 밀가루, 흰쌀밥은 일체 먹이지 않았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아토피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뽀얗고 매끄러운 피부로 입학을 할 수 있었다.




식구들에게 하루를

맛있는 아침밥으로 시작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28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밥을 하였다.

매일 일기로 남겨 두었다.


그 기록들이 모여 나의 역사가 되었다.

 이 공간에 기록하려고 한다.

날짜도 뒤죽박죽이고

그냥 남들 다 먹는 음식들이다.


계량화된 레시피도 아니다.

나의 요리선생님은 인터넷이다.

냉장고 재료 뒤져서  만드니까


중간에 삼천포로 빠지기도 한다.

요리 머리는 아주 쪼금 있어서

나름 응용도 한다.^^

음식만드는걸 두려워 하는 이가 있다면

나의 일기가 도움되면 좋겠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했던가?

나는 먼훗날 세상을 떠나게 될때

나의 사랑하는 딸들이 이 기록들을 보며

매일 아침밥 해주던 엄마는

늘 함께 있다고 느끼면 좋겠다.


내가 아침밥을 짓는 건 일기를 쓰는 일과 같다.

새벽부터 일어나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 소리를

오래오래 들려주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명랑 엄마는 일기를 쓴다.



오늘도 굿모닝 ^^



2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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