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길 위의 벚꽃엔딩을 꿈꾸며

BLT 샌드위치와 홍시 라테



Monday sandwich & persimmon latte


내가 입맛이 없어지니

밥을 하기 싫어서

BLT 샌드위치와 홍시 라테로 아침상.


다진 양파에 씨겨자, 마요네즈, 메이플 시럽 섞어

밀빵에 발라주고,

아보카도, 로메인 많이,

토마토 많~이, 물에 데쳐 기름 뺀 베이컨, 슬라이스 한 사과, 치즈 한 장을 높이 높이 쌓았다.

잘 익홍시와 우유를 갈아 만든

홍시 라테 더한다.


남편이 눈치 보며 혼잣말을 한다.

''  맛있는데.... 내가 나이가 들긴 했나 봐.

 자꾸 흘려.  ''

그것도 혼자 못 먹냐고 놀리려다가  

내 입에선 다른 말이 나왔다.

'' 아냐. 나도 흘릴 때가 있어.

실망하지 말 열심히 노력해봐. ''


내가 말해놓고도 웃긴다.

그냥 담부턴 높이 쌓지 않을게..   하면 될걸.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내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 이렇게 비가 강풍과 함께 쏟아질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말이다.


지난주에  대학 때 친구들을 만났다.

그중에 한 명이

얼마 전에 큰  딸이 결혼하여 사위를 봤다.


친구는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었고

나는 취업을 했었다.

내가 회사에 간신히 자리 잡아갈 무렵

친구는 첫 딸을 낳고 <엄마>가 되었다.

그 후로 두 번 더 딸을 낳아서

딸 셋의 엄마가 되었다.


친구는 나와 달리

말하는 모습도 여성스럽고 곱다.

눈이 예쁘고 차근차근 말하는데

유머감각도 있다.


내가 두 딸과 씨름하며 살 때

친구는 세  딸을 돌보았다.

그리고 세 딸의 뒷바라지를

훌륭하게 해냈고

맏며느리로서 늘 넓은 마음으로

집안 대소사도 챙기는 걸 보았다.

착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어제 문득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졸업가운을 입고 웨이브 파마하고

학사모를 쓴 친구 사진을 발견했다.

친구들과 그 사진들을 카톡으로 공유하면서

30년 세월이 언제 지닌 건지 믿기지 않았다.

우리의 마음은 아직 그때처럼

늘 까르륵 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식구들을 뒤로하고

우리들끼리 여행도 가보지 않았다.

우리끼리 어딘가를 간다는 게 두렵기도 했었고

식구들이 염려되어서이다.


이제는 사위를 볼 만큼 더 어른이 되었으니

오늘 예상치 못하게 쏟아지는 비처럼

갑자기 떠나는 여행을 해봐야겠다.

조금이라도 더 힘내서 걸을 수 있고

눈이 맑을 때 말이다.


내년 봄엔

집이 아닌 여행길에서

친구들과 <벚꽃엔딩>을 불러보고 싶다.

그날 오늘처럼 비가 와도 좋겠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tbJX9 f2 MYPs











매거진의 이전글 맑은 정신으로 긴 호흡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