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원조'인데 원조가 아니었다

충무김밥♡



충무김밥


현미밥은 고슬고슬하게 지어

소금간은 하지 않고

참기름 몇방울 떨어뜨리고

섞어서 식혀둔다.


무는 얇게 썰어서 소금과 설탕에 절여서

 물기를 꼬옥 짜준다.

오징어도 살짝 데쳐서 물기를 빼고

길쭉하게 잘라준다.

다진마늘, 고춧가루 , 고추장조금, 매실액 조금, 식초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쳐준다.


어묵도 물에 잠시 튀겨내어

물기빼고 썰어서 다진마늘,

고추장 조금, 고춧가루, 매실액

조금, 참기름 조금 넣고 무친다.


김밥 김을 손가락 두마디정도 크기로 잘라서 밥을 싼다.

이때 밥을 너무 꼭꼭 눌러 싸면

김이 눅눅해지므로 한김 식힌

밥을 대충 감아준다.


김밥과 오징어무침, 어묵무침을 함께 먹는다.




예전에 통영에 여행을 갔다.

그 곳의 충무김밥이 하도 유명 하다해서 김밥집을 찾아 가는데

 모든 간판에 '원조' 라는 말이 붙어 있는거다.


그 많은 원조들 중에 진짜 원조를 찾는건 백사장에 떨어뜨린 바늘찾기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이미 장충동에서 원조 족발집 찾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나는

그다지 '원조'라는 말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편은 나와 다르다.

이왕이면 원조집에서 먹으려 하고

그러다 보니 어딜 가든 식당찾는 일이 큰일이다.


암튼 그때 통영에서 심사숙고 해서

들어간 어느 김밥집에서

충무김밥을 시켰었다.

먼저 3인분을 주문해서 먹어보고

  진짜다 싶으면 추가로 더 주문하기로 계획했다.

(  사실 그때 아이들이 어렸으니

3인분으로도 충분할 줄 알았다.)


떡하니 차려진 상을 보는데 기가 막혔다.

손가락만한 김밥이 스무개도

안되고, 오징어 무침에는

 오징어 대신 무만 잔뜩이고

어묵은 양념이 말라서 고춧가루만 듬성 듬성 존재감을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건, 분명 몇십년

 ㅇㅇ할머니 원조집이라 했는데 할머니는 보이지도 않고 할머니 사진 한장 보이지 않았다.


엄청 기분이 상했다.

왠만해선 음식을 남기지 않는데

 1인분도 채 먹지않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남편에게 " 거봐, 내가 깨끗한

집에 들어가자고 했지? 누가

원조인지  어떻게 알아. 이럴땐

그냥 깨끗한 집이나 제일 앞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야 해." 하며

한소리 했다.

남편은 " 누가 이럴줄 알았나?

가장 허름한 집이 가장 오래된

집이라고 생각했지. "라며

되려 버럭 화를 냈다.

그 유명하다는 충무김밥때문에  남편과 옥신각신 하느라 기분이 상했다.


그 다음 날인가... 남편이 다시

충무김밥집 도전을 하자면서

이번엔 나에게 찾으라 했다.


내가 선택한 집은

가장 앞쪽에 있는 식당이었다.

그날 정말 맛있는 충무김밥을 먹었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뜻밖의 커밍아웃을 하셨다.

그 곳엔 원조가 없다는 것이다.

옛날에 뱃사람들이 빨리 먹고

바다로 나가야 하니 급히 말아서

영양가를 챙긴다고

오징어를 무쳐 같이 먹은거라

 유래를 말해 주셨다.

그러니 사실은 통영의 모든

할머니가 원조가 아니냐며

원조 찾을 생각하지 말라셨다.


그날 우리는 원조가 아닌 집에서 원조보다 맛있는 충무김밥을 먹었다.


김밥은 김 한장에 우주를 품은 듯한 음식이다.

넣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다르고,

심지어 다이어트 음식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충무김밥은 재료를

함께 말지 않고 오징어 무침을 따로 먹는다.

아마도 뱃일을 나가야 했던 가장들이

 급히 먹고 혹여 체할까봐

 김말이와  반찬을 따로 먹게 했던

통영 어머니들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싶다.


새콤달콤한 오징어 무침 한입에 통영에서의 사이다같은 추억이 번진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qHEsuaDjVf4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도 굿모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