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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대첩의 최후

달래 불고기덮밥


달래 불고기 덮밥


불고기거리는 얇아야 맛있는데

코스트코에서 들고 온 고기가 약간 도톰하다.


키위 한 개를 깎아서 고기에  넣고 으깨어 잠시  주물주물  해둔다.

이렇게 하면 키위가 고기를 아주 부드럽게 해준다.


양파와 마늘은 쵸퍼에 갈고

맛간장, 후추, 참기름을 모두 섞어서

20분 정도만 고기를  잰다.

조금 짭조름하게 재워서

구울때 물을 조금 넣고 자작하게 불고기를 익혀준다.

마지막에 채썰은 대파와

달래 한 줌 넣어 뒤적이고 불을 끈다.


이제 막 겨울에 들어섰는데

향긋한 달래향에  식탁은 '봄'이다.



얼마전 친구와 통화를 했다.

“ 너, 갯마을 차차차 봤어?”

“ 아니. 그거 남자배우가 여러 소문에 시끄러웠던 뭐… 그런거 아니야?”

“야! 넌 여태 그것도 안봤어? 주인공 배우땜에 

시끄럽긴 했지만

야~ 그거 정말 재밌드라. 옛날 생각도 나고 말이야. ㅎㅎㅎ”


동생도 내게 카톡이 왔었다.

“ 언니야, 갯마을 차차차 봐라. 치과랑 홍반장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주변에서 다들

내게 < 갯마을 차차차 >를 보라 했고

그걸 안보면 대화에 껴주지 않겠다는 듯 했으므로

플릭스에서 찾아내서 드디어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장면 좀 보려하면 찌개가 끓어 넘치고

또 좀 보려 하면 택배가 오고,

세탁 건조기 알람이 울리고,

이렇게 왔다리 갔다리 하다보면 점심준비해야하고,

20분 앉아서 좀 볼까 싶으면 해가 지고 저녁준비하고……


문제의 그날도

그렇게 들락거리면서

제대로 한 회분도 보지 못하고

일시정지를 누르고 잠시 주방으로 갔는데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남편의 한마디가 들렸다.

“ 아니, 보지도 않는 tv를 이렇게 하루종일 틀어놓고 그래.

그리고 그 갯마을 차차차는 언제까지 볼 건데.?”


뭐라구? 보지도 않는 tv?


 안방을 슬쩍 보니 남편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려 한 모양이다.

(남편은 영화광이다.

정말 밤새고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남편은 자신이 보려하는데

내가 거실에서 먼저 플릭스 로그인을 해서

자신은 보고 싶은 영화를 못보고 있

 뭐 그런 말씀같았다.

(우리집은 플릭스 아이디를 하나로

 이용하고 있다.

거실 tv에서 한사람이 플릭스로

 무언가 보고 있으면

나머지 사람은 노트북으로 볼 수가 없다.)

그럼 " 여보, 나 영화 볼건데

갯마을 차차차를 잠시 꺼도 될까?"라고

말하면 얼마나 좋은가.


.. 쾅..... tv... 꺼...다.


그리고 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나의 일에 몰두했다.

내가 갯마을 차차차를 보지 못하여 서러운게 아니었다.

‘드라마 한 편 기껏해야 1시간짜리인데

그 한 시간을 느긋히 앉아 있을 수 없는 나를 왜 이해못하는거지?

왜 계속 틀어 놓냐고?

켰다 껐다 반복하는게 전기요금 더 나오거든.

일하면서 짬짬이 보려는

내 마음을 알기나 하시나?’


남편은 매를 번다.

남편이 착한 사람인건 알고 있다.

그런데 그만큼 눈치도 없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가끔 나의 빈정을 상하게 만든다.


그 이후로 나는 며칠째  

하루 한끼는 보란듯이 마켓컬리의 지원을 받아

밀키트로 식사를 준비한다.

물론 나는 먹지 않는다.

난 밀키트 음식이 내 입맛에 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릭스도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갯마을 차차차도 13회까지  보고 멈췄다.

플릭스 로그인도 당분간 넘겨줄 것이다.


대신 나에겐 올레 tv가 있다. 음하하하.

보고싶은 영화를 돈주고  

멋지게 결제하고  봐 버렸다.

최신영화는 초반에 만원이 넘는 거액을

내야 하지만

당분간 나는 보고 싶은거 그냥 다 봐버릴 것이다.

갱년기인 나를 서운하게 하면

이렇게 된다는걸 알려 줄 것이다.


근데 갯마을 차차차의 결과가 쫌 궁금하긴 하다.


https://youtu.be/0P9odR9_F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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