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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에도 고드름이 생겼다

버섯 파니니♡



버섯 파니니


얼마전  바질페스토를 많이 만들어 냉동시켰으니

오늘은 파니니 구웠다.


양파를 올리브유,소금.후추,

발사믹 글레이즈로  센불에 볶고,

양송이도 센불에 굽는다.


치아바타 한면에는 바질페스토,

한면은 마요네즈 조금 바르고

 양파, 양송이, 모짜렐라 잔뜩 넣고

오븐에 구웠다.

오늘도 흐르는 모짜렐라처럼

넉넉한 하루가 되면 좋겠다.


우리 아파트에는 3개의 동으로 갈라지는

소위 ‘ 삼거리’ 라고 하는 통로가 있다.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이곳에 가 서있으면

에어컨보다도 쏀 바람이

이 통로를 통과하여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그래서 집에서 에어컨으로 해결이 안될때는

주민들이 이 통로에 나와서 서 있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름에만 시원하면 딱 좋은데

겨울에도 칼바람이 이 곳을 통과하여

주민들이 얼씬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매섭게 춥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총총걸음으로 가던 중이었다.

겨울밤에 저 곳을 통과하는게 정말 싫지만

아파트 안에 있는 음식물처리기 중에서

저 곳을 지나는 곳이 제일 가깝기때문에

무심코 봉지를 들고 가던 중이었다.


그날도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지나고 있는데

뭔가 정수리에 망치처럼 내리 꽂혔다.

아파트 옥상끝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던 고드름이

하필 내가 지나갈때 떨어진 것이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고 종소리가 들렸다.

뎅 뎅 뎅 ……..

악 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너무 충격이 컸다.


이미 두 손은 머리를 움켜쥐고 껑충껑충 뛰고 있는데

또다른 한 사람이 지나가다가 악 소리를 질렀다.

그 사람도 고드름을 맞았나 싶어서 고개를 돌렸는데

나처럼 머리를 쥐고 흔드는게 아니라

땅바닥을 보고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바닥을 보니

음식물쓰레기가 모두 터져 나와서 난리도 아니었다.


일단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 하고서는

경비실에서 빗자루를 가져와서 수습해 보려는데

날씨가 너무 춥다보니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빙판위에 쩍하고 달라 붙어버린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쓰레기를 처리를 하고 집에 왔는데

정수리를 만져보니 내 머리에 고드름이 솟아 있는게 아닌가.


다음날 관리사무소에 가서

저 곳이 아주 위험한 곳이니 안내문을 당장 붙여 달라고 했고

그때부터 날씨가 추워진다싶으면

고드름이 생기기 전에 저 플랭카드를 붙이게 되었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고드름~

이런 예쁜 동요가 있지만

고드름은 무서운 도구가될 수도 있단걸 알았다.

내겐 더이상 동요속 수정고드름이 아니다.


여름엔 바람을 주고 가을엔 예쁜 단풍길이 되어주고

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주는 곳이지만

겨울에 저곳은 아주 무서운 곳이 된다.

“ 너희들 속았지?” 하면서.


오늘 저것을 붙인걸 보니

이제 본격적으로 추워질 모양이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곧 임시 울타리도 세워질 것이다.


봄이 되면 다시 만나자. 삼거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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