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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째 옥신각신 하는 이유

비빔밥 ♡



비빔밥


오늘 아침은 그동안 밑반찬으로 만들어 둔 나물들로 비빔밥을 차렸다.


무는 곱게 채를 썰어서 소금 절여

물기를 꽉 찬 후에

다진 마늘, 고춧가루, 액젓 조금 넣고

조물조물 박박 문지르듯

무쳐서 무에 고춧가루가 스며들게 한다.


호박은 반달로 얇게 썰어

소금에 절여 힘을 뺀 후에 물기를

짜내고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마늘과 함께 달달 볶는다.

마지막에 들기름 몇 방울 떨어뜨린다.


느타리 버섯은 꿇는 물에 살짝 데쳐내어

물기 짜주고 팬에 볶다가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한다.


시금치와 콩나물은 살짝 데쳐서 참기름, 다진마늘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하며

 조물조물 무친다.


현미밥위에 나물을 골고루 얹고

달걀 프라이 반숙을 얹고

참기름과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양념장은 두가지인데 고추장에 고춧가루는 조금 넣고 매실액, 참기름, 을 섞어 주어도 되고,  진간장에 매실액 조금, 참기름, 다진 대파, 깨소금을 넣어 섞어 주어도 된다.




비빔밥의 유래를 찾아보았다.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제사를 지낸 후에

 남은 여러 음식을 한그릇에 섞어 먹은 것에서 생겨난 것이라 한다.

나머지 한가지는 농번기때  여러번 새참을 날라야 했던 아낙네들이 한번에 여러 반찬을 이고 갈 수가 없어서

모든 반찬을 섞어 고추장을 넣고 비벼서 가져갔다는 것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두가지 유래 모두 한 그릇에 모든걸

섞었다는 것에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겠다.

특히 냉장고도 없던 시절에

제사후 남은 음식들은 잘못 하면 상해서

모두 버려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모두 섞고 맛있는 양념장을 보태어 새로운 음식을 손님들에게 선보였을테니

 얼마나 번뜩이는 아이디어인가.


경상도에는 헛제사밥이란 게 있다.

밥위에 여러 나물을 올리고

고추장대신 간장으로 비벼 먹는데

생선구이와 고기도 함께 먹는다.

헛제사는 말그대로 ‘ 가짜제사’라는 뜻인데

조선시대때 제사를 지낼 수 없었던 백성들이 헛제사를 열어 그 제사 음식들을 즐겼다고 한다.

양반들과 달리  반찬이래야 김치 몇가지가 전부였을  일반백성들에게는

큰맘먹고 차린 헛제사밥을 먹는 날은

동네 잔치였을것이다.


나는 비빔밥을 먹을때

숟가락으로 싹싹 비벼 먹지 않는다.

젓가락으로 밥과 나물들을 대강 섞기만 하고

양념장도 넣지 않고 먹는다.

입안에서 갖가지 나물들의 맛을

고루 느끼며 먹는걸 좋아한다.

그야말로 담백한 맛을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나와는 달리 남편은

참기름과 양념장을 듬뿍 넣어서

골고루 얼마나 싹싹 비비는지 모른다.

가만히 남편의 숟가락을 보고 있자면 오른쪽으로 비벼서  한번 밥을 뒤집어 주고

다시 왼쪽으로 뒤집어서 꾹꾹 누르며

다시 비벼주느라 숟가락이 불쌍할 지경이다.

너무 꼼꼼히 섞고 누르고 비비느라

시간이 말도 못하게  오래 걸린다.


한번은 물어 보았다.

“ 왜 그렇게 짱짱하게 비비는건데?  

그건 완전 양념장 맛으로 먹는거지 어디 나물맛은 느낄 수 있겠어?” 그랬더니

“ 모르는 소리 마. 비빔밥은 양념장이

골고루 싹 배어야 맛있지. “

“ 그럼 내가 열심히 나물을 만들 이유가 없네.  그냥 밥에다가 양념장만 넣고 비벼도 되겠네.”

“ 그건 아니지, 씹는 맛이 있어야지.”


참나… 어렵다 어려워.

비빔밥먹는 스타일도 이렇게 서로 다르다니…

왠만한건 남편이 내게 맞춰주는데

비비는 스타일은 나와 이렇게 다르다.


비빔밥을 할때면 아까지도 남편과 나는 28년째 서로의 비비는 방식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각각 중얼거리며 비빈다.


비빔밥은 참 지혜로운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비빔밥을 위해

 나물을 특별히 만들지 않아도

냉장고 속에 남아 있는 모든 재료를 얹고 양념장으로 비벼주면

새로운 맛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먹다가 인기가 사그러 들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나물반찬 3가지 정도 모이면

그날은 '비빔밥'이란 이름으로

식탁에 올린다.


접시에 따로 담아 올리면 안먹는

천덕꾸러기 나물을

예쁜 대접에 모두 얹어 주면 잘 먹는다.

이 사실 내겐 영원한 물음표이다.


그게 그건데 말이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2qOMLlgLbX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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