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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의 전쟁 그후

두부김치♡



두부김치


잔다리 전두부는 살짝 데워 놓는다.

잘 익은 김장 한 포기는 속을 털어내고

썰어 둔다.

대파와 양파를 달달 볶다가

김치를 넣고 다시 볶아 준다.

 멸치 다시국물 조금넣고

뚜껑 덮고 한 김 익히고 들기름 서너 방울

떨어뜨려준다.

양파를 많이 넣으면 단맛이 생겨 맛있다.

푹 익힌 볶음김치와 두부 한 조각은

기가 막힌 조합이다.

밥없이 두부김치로 한 끼.




결혼전에 나는

친척들이나 직장에서나

" 넌, 맏며느리감이야." 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었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레  맏며느리가

되려나? 했었다


그런데 극적으로 만난 지금의 남편은

3형제 중 막내아들이고

난, 3남매 중 맏딸이다.


남편은 결혼전엔 라면 한 개도

끓여보지 않은 사람 같았다.

내가 만삭일때 지하철을 타고

낑낑거리며 퇴근하여 집에 오면

회사버스타고 먼저 퇴근한 남편은

내가 도착할때까지 저녁도 안먹고 자고 있었다.

" 왜 아직 저녁도 안 먹었는데?"

" 응.. 너 오면 같이 먹으려고."

히야... 이것도 사람 기분나쁘지 않게 하는

재주다 싶었다.

나랑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다 하니

화가 나려다가 쑥 들어가고

난 어느새 앞치마 두르고

뚝딱 뭐든 만들어 냈다.


인터넷과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서

집전화로 친정엄마에게

레시피를 매번 물어보는 것도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이래저래 상상력을 동원해서

반찬을 만들어 먹었는데

한가지 내가 넘볼 수 없는게 있었다.

바로 김치.


남편은 시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김치를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시댁에 갈때마다 어머님이

김치를 한통씩 싸주셨는데

보관할 곳이 없다는 말씀을 차마 못 해서

매번 받아와서

베란다에 김치통이 6통이나

쌓였던 적이 있었다.( 김치냉장고가

없던 시절.)


김치를 받아올때 마다

"  어머님, 잘 먹겠습니다. 지난번에도

너무 잘 먹었어요."  했으니

어머님도 그렇게 계속 담그셨던 것 같다.


암튼 베란다에서 너무 푹 익어서

시어 꼬부라지는 김치들을 보고

저걸 어떻게 하면 빨리 다 먹을까

하는게 새댁의 제일 큰 고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이 두부김치.

아침 저녁으로 두부김치를 상에 올렸고

도시락으로도 두부김치를 싸갔다.

임신하고 한창 입맛당길때

동료들과 점심을 맛있는거 먹고 싶은데

내 머릿  속엔 온통 김치를 해결할

궁리뿐이었기 때문에

두 어 달 그렇게 질리도록

두부김치 파티를 했었다.


그래서인지 큰아이도 나도 신김치를

정말 싫어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뱃속에서

질리게 먹어서 그런가 보다.


암튼 6통을 간신히 해결하고

난 시어머님께 중대발표를 했다.

" 어머님, 어머님 김치 정말 맛있는데요

이제부터는 제가 직접 먹을만큼씩

담가 볼게요."

어머님은 " 그... 럴래? "  하셨지만

내 느낌은 ' 너, 잘 담글 자신 있니?

우리 아들은 김치없으면 안되는데..' 였다.


걱정은 됬지만 김치를 담가보기 시작했다.

딱 먹을 만큼씩 담가서 먹었다.

계속 하다보니 노하우가 생기고

어느 순간엔 40포기씩 김장도 하게 됬다.


처음에 어머님은

노심초사 막내  며느리가 아들의 식사를

제대로 챙기려나 걱정하셨는데

내가 직접 김치를 담그는 순간부터

마음을 놓으시는 눈치셨다.

그때는 좀 서운하기도 했는데

내가 자식을 낳아 길러보니

100%  어머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남편은 여전히 김치를 정말 좋아한다.

예전엔 김치와 어울리지 않는 음식을

먹을때도 김치를 찾아서 눈치를 주었는데

이제는 내가 먼저 준다.


'어머님, 막내아들은 잘 먹고 잘 지낸답니다.

옛날에 김치가 그렇게 많이 밀려 있어도

한번도 버리지 않고 두부김치 만들어서

 알뜰히 다 먹었어요.

정말이에요.~~'


그런데 오냐 오냐 하시며 칭찬해주실

어머님은 이제 곁에 안계신다.

어머님이 떠나시던 그날도

이렇게 안개가 자욱했었다.


https://youtu.be/58hmMw6wbZ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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