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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듯 너를 대한다

달래 된장찌개♡


오늘 아침엔 보글보글 달래된장찌개를 끓였다.

멸치와 무를 크게 썰어 끓여서 국물을 낸 후 건더기는 건져내고

호박, 양파를 먼저 넣고 한소끔 끓인다.

그다음 표고버석,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넣고 또다시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된장, 두부를 넣고 끓여준다.

(가급적 된장은 마지막에 넣어 주어야 영양소 손실이 적다.)

마지막에 청양고추, 대파, 붉은고추를 넣고 달래를 크게 한 줌

얹고 바로 불을 끈다.


칼칼하고 향긋한 달래 된장찌개 한숟가락이면

다른 반찬 필요없다.




“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봄이면 어김없이 들리는 < 봄맞이 가자> 의

 한 소절.

그렇다! 옛날엔 달래와 냉이 이런 나물들은 봄이나 되어야 파릇한 생기를 맛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봄의 전령사들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일년내내 먹을 수 있는

나물이 되었다.

어디 이 뿐인가?

계절과 상관없이 어느때든 왠만한 것들은

먹을 수 있는 시절이 된 것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때 가깝게 지내던 학부모들이 있었다.

남편들의 직장도 모두 같은 회사여서

우리는 통하는게 참 많았다.


어느날 가장 맏언니뻘 되는 한 사람이

우리를 집합시켰다.

어느 봄날이었는데 모자와 장갑을 챙겨서 나오라 했다.

부랴부랴 준비하고 나가서

그 분의 세단을 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도착하여 우리를 내려주는데

과천 어느 동네의 넓은 밭이었다.


“ 아니, 과천이면 서울하고 다르지 않은줄 알았는데 이런 곳이 있네?” 하며

놀라는 우리에게

“ 자, 지금부터 맘껏 캐!” 하는 것이다.


뭘 캐라는거지? 어릴때 보물 숨겨두고 찾기놀이하듯

뭐,,, 그런건가?


무작정 아무데나 앉아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턱 걸리는 느낌이 들어 쑥 뽑았더니  세상에 달래와 냉이가 지천에

숨어 있는게 아닌가.

처음엔 뭐가 달래고 뭐가 냉이인지

구분도 못했다.

그냥 뽑고 보니 지방이 고향인 한 사람이

설명을 해주었다.

아~ 이게 달래고, 이게 냉이구나.


아침 일찍 밭에 도착했었는데 캐다보니

재미가 생겨서 ( 사실은 욕심이 생겨)

오후 늦도록 점심도 안먹고  달래, 냉이 캐기에 몰두했다.

쪼그리고 앉아서 몇시간을 꼼짝않고

나물을 캐다보니

나중엔 다리에 감각도 없어졌으나

이 것만 캐고, 이 것만 캐고…. 하다가 결국 일어서질 못해 밭에 픽픽 쓰러졌다.

어지럽기도 하고 다리도 쥐가 나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그런데 캐낸  달래 ,냉이를 보니

얼마나 뿌듯하고 신기한지

안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뭔지 알았다.


그렇게 고생하며 커다란 비닐포대에 담아

집에 도착하여

뿌듯한 마음에  몇번이고 들여다 보았는데

흙투성이인 그것들을 도저히 손질할 엄두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날은 너무 힘들어서 ‘ 에이, 내일 다듬자’ 결정을 했다.


그런데 뜻밖의 고민이 생겼다.

그 포대자루를 밤새 열어두는게 맞는지

묶어 두는게 맞는지.

정말 갈등을 했다.

고마 고민하다가 습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시들지 않겠다 싶어서

꽁꽁 묶어서 베라다에 두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식구들이 모두 나가고

대망의 나물 손질을 위해

포대를 열었는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모조리 짓물러 있었다

아니, 다 썪어 있었다.

아니 이게 어찌 된건가…. 풀러서 다 헤쳐보니

전부  물컹해지고  거기서 간신히 건져낸 것이

두 어 줌이었다.

그리고 달래와 냉이가 서로 뒤엉켜서

분리도 못하겠고

암튼 대 참사였다.


밭에서 갓 캐낸 것은 바람을 쐬어 주고

습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는걸 나중에 배웠다.

암튼 그날 버린게 한 포대자루였으니

전날 쪼그리고 앉아 하루종일 힘들게 캐낸 것이 허사가 되고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그날 이후 깨달은게 있다.

첫째, 모르면 물어보라.

둘째,  나중에 서운하지 않으려면 지나치게 열정적이지 말라.


난 요즘도 달래와 냉이를 사면

키친타올로 몇겹씩 옷을 입히고

지퍼백에 소중히 담아서 냉장고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눕혀 둔다.


그것을 다 먹을때까지 늘 조마조마하다.

행여 무르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지퍼백을 열어 확인한다.

모든 농사가 그렇겠지만

특히 달래와 냉이는 캐는

수고로움이 엄청난 것 같아서

아무리 돈을 주고 산 것이지만

농사지은 누군가를 생각하면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

딱, 연애하는 마음인 것이다.


참 아슬아슬한 연애.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CdGhnlKXo5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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