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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두고 가세요

배추전 ♡


배추전


배추가 한창 맛있을 때이다.

배추잎을  뜯어내어 줄기부분을 살살두들겨주고

천일염을 조그만 뿌려둔다.

줄기의 힘이 빠졌다 싶으면

맛보고 짜다싶으면 물에  헹궈준다.


찬물에 찰밀가루(  어떤 가루든 다 괜찮다) 를 매우 묽게 타서 배추를 푹 적셔 부쳐준다.

한잎씩 부쳐서 쭉쭉 찢어 먹어도 되는데

나의 경우는

배추잎 2장을 나란히 붙여서 부쳐낸다음  김밥처럼 돌돌 말아서 한입 사이즈로 잘라주면 먹기가 수월하다.


진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 달래 한 줌 넣어 양념장 .만들어 찍어 먹는다.


경상도에서는 배추전을

'배추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부침들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그렇게 먹어도 별미다.

( 엄선하여 골라온 접시들)


몇 년전에 후쿠오카에 갔을때

히타라는 작은 동네를 찾아갔던 적이 있다.

마을이 작아서 호텔도 눈에

띄지 않고 골목마다  실개천이

흐르던 참 예쁜 동네였다.


후쿠오카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한참을 갔는데 도착해서도

예약된 호텔을  한참 찾아 걸어갔었다.

인터넷으로 사진만 보고 예약했는데

가서 보니 미쿠마라는 큰 강이 코앞에 있고

이 호텔은 거의 물위에 지어진것처럼 느껴졌다.

아침이면 물안개때문에

구름위에 있는것 같았다.

지은지 굉장히 오래 된 호텔이었지만

내부는 깨끗이 리모델링이 되어 있었고

다다미객실도 아주 정갈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다음날 아침  동네구경을 위해 숙소를 나서는데

호텔 앞마당에 커다란 이삿짐차가 와있고

 높이 쌓여있는 박스들을 옮기고 있었다.

머리속이 언제나 호기심천국인 나는

그날도 지나치지 못하고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붙였다.


일본어 회화책자를 뒤져서

지금 뭐하냐고 물어는 봤는데

그들의 대답을 내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영어도 통하지 않고 결국 구글번역기를 돌려서

서로 말하는걸 번역해보니……….

호텔에서 사용하던 그릇들을 그날 모두 새것으로  바꾸는 중이라고 하는게 아닌가!


쪼그리고 앉아서 그릇들을 보니 흠집도 없고

금도 가지 않았기에 멀쩡한데

왜 바꾸냐고 되물으니

유행이 조금 지나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갑자기 그릇들이 탐이 났다.


“ 스미마셍….그릇들이 예쁜데

 제가 좀 가져가도 될까요?”

“  이건 버리는 것들인데

당신은 이게 왜 필요한가요?”

“ 저는 그릇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이 그릇들이 맘에 들어요.”

“ 당신은 여행객인데 이 그릇들을 어떻게 가져가요?”

“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 그럼 가져가세요. 그런데 굉장히무거울걸요. 아주 좋은 흙으로 빚은 것들이라서요.  

사실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이고

이건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거든요.”

“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마음같아선 거기에 있는 걸

모두 갖고 오고 싶었으나

여행가방의 여분도 없고 식구들 눈치도 보여 암튼 최대한 엄선하여 그릇들을  골랐다.

처음엔 하나씩만 고르다가

왠지 두개씩 짝은 맞춰야 하지  않나 싶은 맘에 선별하다보니 호텔 마당 한쪽에 꽤 여러개를

골라두게 되었다.

동네구경가려다 말고

그릇을 고르고 앉아 있으니

식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등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남편은 처음에 말리다가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서 나중엔 함께 고르고 객실까지 낑낑거리며

그릇들을 함께 날라 주었다.


일단 그렇게 숙소로 옮겨두고

우리는 구경을 나왔지만

내 머릿속엔 온통 그릇들로 가득해서

 너무 설레고 빨리 들어가서 펼쳐놓고

구경하고 싶었다.

저녁에 들어와서 그릇들을 보니

생각했던대로 아주 훌륭했다.

그려진 그림도 우아하고, 색도 곱고,

금도 가지 않고

흙이 아주 짱짱하고 단단하기까지 했다.


밤새 종이를 구해다가 그릇을 겹겹이 포장하고 가지고 간 옷들로 둘둘 말고 가방에 넣었는데 가방 한개가 꽉 차는게  아닌가.

원래 가방안에 있던 옷들은 모두 빼서

 다른 가방에 구겨 넣고

남은건 아이들 에코백에 감아 넣고

암튼 다 집어 넣었다.


그 호텔에서 체크아웃하 날.

가방 한 개가 꿈쩍을 하지 않았다.

너무너무 무거운거다.

남편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 이거 다 못가져 간다.  몇 개만 골라.”

“ 안돼. 그럼 나도 두고 가. “

“엄마, 왜그래~~ 엄마가 양보해~”

“ 그럴 수 없어. 이렇게 이쁜데

어떻게 버리고 가.”

“ 나중에 다시 오게 되면 새것으로 사줄게”


이렇게 한참을 공격받다가

결국은 눈물을 머금고

포장을 다시 풀고 하나하나 이별을 고하며 그릇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 더 골라내야 해~~” 남편이 재촉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몇개만 고른 것이

소스접시 4개였다.

생선접시나 샐러드접시 그리고 사발들은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몇개 뺀다고

가방무게가 달라질게 없었다.

남편이 나중에 다시 가게 되면 사준다는 말에

가장 특이하고 고풍스러운 소스접시 4개를

고이 고이 싸들고 왔다.

난리를 치고 고작 접시 4개라니….


그 접시 4개는 작지만 정말 아름답다.

주로 오늘처럼 부침개를 먹을때

양념장을 담아 먹는다.

여러번 설거지를 해도 금장이 벗겨지지 않는다.

간장을 담아두기만 해도 예쁘다.


그 후로 일본에 또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남편이 약속한대로

 내가 가고 싶어하던  갓파바시 도구거리에 가서 몇개의 그릇을 사주었다.

그때도 너무 무거웠지만 약속을 했으니

남편은 그 무거운 가방을 묵묵히 끌어 주었다.


작고 별 것 아니지만

내겐 큰 기쁨이고 활력소가 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하나가 이 접시들이다.

작지만 제법 커다란 추억을 안고 있어서 일 것이다.


버리는 그릇들을 골라내고 있던 여행객이

그들에겐 어떻게 보였으려나?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31C1Des-X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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