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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가 내게 왔어요




오늘 아침 샐러드를 만들며

오이와 파프리카 꼭지를 잘라냈는데

싱크대에 버려진 이 녀석들이

너무 예쁜 거다.


가장 아끼는 그릇에 물을 담고

이 녀석들을 동동 띄우는 순간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었다.


모든 채소는 땅으로부터

영양분을 받는데

이 꼭지가 없다면

모두 증발하거나 빠져나갈 것이다.

그러지 못하게,

열매가 더욱 잘 자랄 수 있게,

양분과 수분을 가두어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건가.

그런 꼭지를 우리는 버린다.


가장 실하게 자란 열매에서

가장 먼저 잘려 나가는 운명이지만

정말 중요한 존재.


엄마의 역할, 아내 역할

그밖에 나를 둘러싼

여러 관계들 속에서의

 < 나>를생각할때

그다지 빛나지 않는 존재감에

대해 가끔 마음이 늘어질 때가

있었다.


오늘 아침

이 꼭지들이 나를 일깨운다.

빛나지 않아도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고.


오늘 하루쯤은

하얀 백자 그릇에 두고 볼 생각이다.


고마워.


오늘도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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