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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Holiday @@




매년 주방 창가 달력에 진하고 커다랗게 나의 생일을 표시해 둔다.

누구든 기억하라는 의미.


생일 며칠 전부터

식구들이 갖고 싶은걸 말하라고 재촉했는데

나의 대답은 매년 똑같다.

하루 동안만 내 손에 물 한 방울도 안 튀게 해 달라고.

라면 먹어도 좋으니까 청소, 설거지, 밥... 그런 거 안 하고 빈둥거리게 해 달라고.


토요일 생일 아침

아이들이 끓여준 다소 생소한 미역국을 먹었다. 청양고추를

다져 넣어서 얼마나 매운지... 허나 나쁘지 않았다.

누워서 쉬고 싶은 나를

식구들은 억지로  끌고 나가서 밥 사 주고 선물 증정식 하고....

암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막내가 나를 위해 몇 달 동안

디자인하고 제작한 실크 스카프와 반지는

 이 세상에 단 한 개밖에 없는 아주 귀한 선물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색감으로 너무나도 정교하게

손으로 그림 그리고 실크에 프린트하고...

엄마가 음악 좋아한다고 높은 음자리표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은을 직접 갈고 녹이고 보석까지 박아서  만들었단다.

(처음으로 미대에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 했다)


큰아이는 엄마에게 점점 더 똑똑해지라면서  iPad를 선물해 주었다.

난 이미 똑똑한데 여기서 더 똑똑해지면??? 큰일인데..

남편은 아이들이 예약해 둔

식당까지 운전해주면서 숟가락 한 개 얹으시고...ㅎㅎ

식당은 청와대 춘추관 옆에 있는 PKM 가든 갤러리였다.

일단 남이 해준 밥은 다 맛있는 나로서는

당연히 맛있었다.


생일이 이틀이나 지났으나

난 아직도 꿈에서 못 깨어나고

오늘 아침은 간단한 길거리 토스트 만들어 주고 사진도 안 찍었다.

커피 한잔 내려마시고 정신 차려야겠다.

1년 뒤에 또다시 누릴 호사를 상상하면서.


2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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