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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사랑이 있었다

유채김치 (하루나 김치)♡



유채김치


잘 익은 유채김치 얹고 고추장, 참기름, 깨소금

듬뿍 넣어 슥슥 비벼서 한그릇씩.


유채나물 한 상자를 샀다.

1/3은 살짝 데쳐서 냉동시켰다가

된장국에 넣어 먹고,

1/3은  키친타올에 돌돌 말아서

 지퍼백에 넣어 보관했다가

겉절이를 만들어 먹는다.

나머지 1/3은 김치를 담가 먹는데

그 맛이 매우 오묘하다.

미나리와 열무의 중간쯤되는 식감과 맛이라서

익어도 부드럽고 질기지 않다.

물론 배추김치처럼 많은 양을

담가 먹을건 아니고

적은 양을 담가 맛있게 익혀

1주일쯤 먹기 딱 좋다.,


유채를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살짝 빼고

굵은 소금 뿌려 힘을 빼준다.


마늘, 양파, 배, 고춧가루를 넣고

모두 갈아서 까나리 액젖, 매실액,

다시마 우린물 넣고 섞어서 양념을 불린다.

힘 뺀 유채에 양념 넣고

설렁설렁 버무린다.

밀폐시켜 하룻반 상온에서 익힌후

냉장보괸한다.




봄볕에 나른해지기 시작할때쯤

찾게되는 유채나물은

씨앗은 기름을 짜서 먹고, 잎은 이렇게 나물처럼 무치거나 김치를 담가 먹는다.

노란 꽃이 피기 전 3-4월경에 먹으면 참 좋다.


제철음식을 먹으면 좋다는 말이 있다.

겨우내 언 땅속에서 냉기를 이겨내면서 흙을 뚫고 나오느라 얼마나 애를 썼을까.

여리지만 가장 강한 것.

내가 봄나물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더이상 냉기 가득한 아침을 맞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봄’ 이다.


봄이면 습관적으로 하는 것들이 있다.

봄나물을 손질하여 보관하는 일,

집안 구석구석 묵은 때를 청소해내는 일,

겨울옷을 넣고 가벼운 옷가지를 꺼내는 일,

그리고 조병화 시인의 < 해마다 봄이 되면 > 이란 시를 읽는 일이다.

시인은 봄처럼 부지런하고, 꿈을 지니고, 새로운 사람이 되라 한다.


내가 학창시절 가장 처음 읽었던 시집이

조병화 시인의 시집이었고

‘공존의 이유’는 지금도 외우고 있다.

작별이 잦은 우리의 생애이니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자는

시인의 말이 매우 허무하게 느껴졌었다.


2016년 봄

남편과 < 조병화 문학관 >을 일부러

 찾아 갔던 적이 있었다.

경기도 안성 작은 마을 난실리에

그가 태어나고 살았던 집이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마을은 무척이나 고요했고

그 곳에 시인의 집과 산소가 있었다.


아드님이 관리한다는 하얀 2층집에는

시인의 시집들이 곡히 전시가 되어 있어는데

뜻밖에도 나는 그 날 귀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손바닥만 한 엽서크기의 육필 시화 50여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만 들여다 보니 한 면엔 꽃이 스케치 되어 있고

다른 한 면엔 구구절절 애타는 연서가

빼곡히 일기처럼 써있었다.

시인이 작고한 후 유품을 정리하던 가족들이 발견했다고 한다.


1958년 시인이 절대 고독과 절대 허무주의에 빠져 있을때

숙명처럼 한 여인을 만나 깊은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에겐 이미 매우 지적이고 명석한 아내가 있었다.

하지만 죽음으로써 그 사랑을 지키려 했지만

어머니가 살아계셔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후, 수십년간 시인에게는 < 비밀의 사랑 > 으로 간직되어 그녀를 향한 애타는 마음을

이렇게 시와 꽃그림으로 남겼다고 한다.


한번도 세상에 발표된 적이 없는 이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서 유족들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시인에 대해 유족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며칠 뒤 집으로 이 책을 보내 주셔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서점에서 판매하는 책이 아니라서

구할 수가 없는 책인데

이렇게 보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내 아버지, 내 남편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

죽고나서 이런 연서가 발견된다면

 나는 어떠할까?

과연 작품이라 생각하여

이렇게 귀하게 묶어둘 수 있을까?

심지어 많은 시화들 중 한 뒷면에

‘ 당신과 나만이 아는 노래’ 라고 적어두기도 했는데 말이다.


난 못한다.

배신감이 앞서고 미움과 서운함이 앞설 것  같다.

그런데 시인의 유족들은

이렇게 책으로 남겨 소중히 지키고 있었다.

참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해 봄이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발이 시리지 않 따뜻한 봄이 되면

이 시화집을 꺼내 먼지를 털고

차근 차근 읽어보는 것 또한

내가 봄에 하는 일이다.


오늘도 굿모닝 ^^

https://youtu.be/CdGhnlKXo5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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