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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화전 ♡


화전


새벽에 도착한 꽃으로 화전을 만든다.


꽃잎을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서

 키친 타올로 덮어둔다.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익반죽하며

손으로 말랑해질때까지 치대어 준다.

동그랗게 여러게 빚어서

 젖은 손수건으로 마르지않게 덮어둔다.


중간불에 팬을 올려 기름은 살짝 바른다.

기름이 많으면 튀김처럼 되어버린다.

자리를 떠서도 안된다.

벌서는 자세로 바라보야 한다.


찹쌀 반죽을 팬에 구우면서 꽃을 얹는다.

꽃이 있는 면으로는 뒤집지 않고

 누르개로만 눌러준다. 색을 살리기 위함이다.


끝으로 꿀에 찍어 먹으면 된다.

해마다 봄이면 화전으로 마무리한다.


한식은 손이 많이 간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인내심으로 탄생하는 한식.

만드는 동안 허리를 굽혀야 하고,

불을 지켜야 하고, 손에 기름이 묻어야 하고 ,...

한없이 낮아지지 않으면

지지고 볶는게 힘들어 진다.

그 과정에 대해 먹으면서 고마워 하고

만들면서 사람을 생각하고...

참 마음이 많이 스며드는게 한식이다.


아이들에게 내마음을 건네고  뒷정리하며

나도 모르게 부르는 노래.

장사익의 <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 한양 성곽길)


친구들과 한양성곽길을 걸었다.

몇가지 성곽길중에서 내가좋아하는 구간은

' 낙산구간'이다.

동대문역 1번출구에서 출발하여

성곽길을 걸어 올라가면 낙산공원이 있고

이화동골목을 따라 내려오면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이 나온다.


좁고 가파른 계단들을 내려오며

어린시절 이야기들이 끝도없이 나왔다.

모두 사대문 안에 살았던 우리.

태어나면서부터 55년간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나는 , 주택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 이야기가 신기했다.


집과 집 사이에 생긴 좁은  골목길.

가벼운 주머니에손을 넣고

식구들의 한달 생활비를 걱정하며

오르셨을 이 땅의 아버지들이 떠오른다.


자식을 낳고 기른다는건

어마 어마한 책임을 지는 일이다.

자신 하나만 책임지는 일도 버거운데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등따숩게 지켜준다는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다.

그러니 부모되는 사람들은 모두 대단한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무엇이든 풍요로운 시대지만

예전엔 어디 그랬나.

우리의 부모님들은  말그대로

당신들이 먹지 않고 입지 않으셔야

자식입에  고기 한 점 물려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해마다 봄의 끝자락에 서면

내 인생의 봄날이 간다고 애석해지지만

아직은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있다.

더이상 '봄날'을 맞이하지 못하실

떠나신 부모님들  생각에

나의 푸념들이 부끄러워 진다.


내 아버지의 봄,

내 엄마의 봄,

그리고 나의 봄은

그립고 아쉽고 안타까운

바라'봄'이다.


오늘도 굿모닝 ^^

https://youtu.be/mBzwW7aeu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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