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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이 없었다면

치킨 가츠나베 ♡


치킨가츠 나베


냉동실에 저장해둔 치킨커틀렛을 꺼내어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놓는다.(  내가 한번에

치킨산을 만들어 두는 이유)

잘 익은 김치를 다섯잎 정도 채썰듯 썬다.

센 불에 양파와 양배추를 많이 채썰어 넣고

달달 볶다가 썰어둔 김치와 합체한다.

한꺼번에 잠시 볶다가 자작자작하게 육수를

붓고 바글바글 끓이며

약간의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미리 예열한 롯지 주물팬에 옮기고

 치킨가츠를 올린 후에

 파 송송 계란 탁! 올려준다.


육수는... 다시마, 새우, 멸치,무를 푹 끓여서 냉장보관하면 열흘정도 먹을 수 있다.


롯지 주물팬은 매번 사용 후 시즈닝이 귀찮지만

그것만 참으면 음식이 더 깊은 맛을 내고

무엇보다 식탁위에서 오랜시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무거운건 좀 ..  단점.


(양재 도서관)


어제는 저녁식사 후에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나갔다.


집에서 걸어 나가서

딱 3분거리에 도서관이 있고

도서관앞 횡단보도를 다섯걸음만 건너면

양재천이다.


파릇 파릇 돋아나는 연두빛 새순,

초록이 무성한 한여름의 모습,

잎파리 위에 반짝이며 일렁이는 가을 햇살,

폭신한 백설기의 모습으로 내려앉은 눈.

도서관안에서 바라보는 바깥풍경은

사계절 다채로운 모습으로

마음과 눈을 쉬게해준다.

그런데  이것은 아침과 점심의 풍경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도서관은  또다른 변신을 한다.


( 도서관 앞 풍경)


도서관 앞에는

매우 디자인이 아름답고 단단한

탁자와 의자들이 있다.

유명 가구 디자이너들의 작품이라고 한다.


5권의 책을 2주에 한번씩 빌리고 반납하는데 일부러 저녁식사 후에 '혼자 '도서관에 향한다.

커다란 에코백에 담겨진

 무거운 책들을 반납하고 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의자에 앉아

참 많은 생각들을 한다.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긴 사색 속에

어느덧 나는 일상의 내가 아닌

또다른 자아를 발견하곤 하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게 되는데

시간을 확인하면 언제나 20분이 흐른 후이다.

20분이 짧지 않았으며 길지도 않다.

20분의 휴식이 지나면

양재천으로 걸음을 한다.


양재천엔 늦은 밤까지도

열심히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만큼은 열심히 걷지 않는다.

20분 휴식의 연장선으로

양재천을 느리게 걸어본다.


( 양재천 유채꽃밭)


낮에 지천에 깔렸던 유채꽃이

밤이 되니 이토록 환하게 빛나고 있다.

노란색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노란 유채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유채꽃도 나처럼 두  개의 자아가 있었구나

감탄하며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이렇게 하루를 정돈하며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

내게는  소중한 일이다.


여러사람이  머물며

기뻐하고, 슬퍼했을 단단한 이 의자들은

분실의 우려때문에 땅에 묶어 두었는데

난 그것이 고맙다.

흔들리지 않도록 내 마음을 다독여

다시 원위치 시켜주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나'를 잊고 살지만

그 하루중 잠시 만나는 20분.

내게 그 20분과 도서관앞 의자가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되돌아 온 아파트 마당엔

아카시아 향기가 짙게 내려 앉은 '봄밤'이었다.


https://youtu.be/tTGEo3scnq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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