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늦잠도 자 본 사람이 잔다

감자스프 ♡


감자 수프


어제 저녁에 받아 둔 쌀뜨물에 감자와 당근을

잘게 썰어 넣고 팔팔 끓으면 송이버섯, 양파,

브로콜리를 넣어 중불로 줄여 한번 더 끓으면

오뚜기  분말 크림스프를 넣어 약간 되직하게

약불로 2-3분 더 바글거리면 불을 끈다.

되직하게 끓이는 이유는, 뜨거운 국이나 스프는

위에 않좋으니까 식탁에 내놓기 직전에 생수를

좀 부어 섞어주면 농도가 딱 맞고 먹기좋은

온도가 된다.

가끔은 대기업의 힘을 빌어 좀 편하게  한 끼

먹되 야채도 충분히 넣고 물도 쌀뜨물을 넣어주면 그럭  저럭 영양이 채워진다.


작정하고 늦잠을 잘거라 결심했는데

눈뜨니 7시 반이었다.


그저께 우연히 목을 만지는데 콩알만한 멍울이

만져지고 누르면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어제 좀 쉬어볼까 싶어 운동을 가지 않고

남편 혼자 보냈다.  누워 계속 목을 만져보다가

용기내어 혼자 이비인후과에 갔다.

의사의 말이  워낙에  임파선이 많이 모여있는

부위라서 그렇게 만져지기도 한다면서

부은것도 아니라 임파선염도 아니니까 약도 안먹어도 되고 걱정말고  가서 쉬라고 했다.

그래도 의사의 말을 듣고나니 안심이 됬는지

눌러봐도 아픈게 반이상 줄어든것 같았다.


저녁에 큰아이가 퇴근하여 셋이서 먹던 저녁식탁에서 (  막내는 학교에서 오지 않았음)

참았던 안좋은 소리가 나도 모르게 튀어 나왔다.


남편과 큰아이가 병원다녀온 일을 물어서

그대로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들이 이렇게 말했다.


"  그러니까 일찍 좀 자라고~~  요즘 너무 늦게까지 TV 보면서 안자더라.  수면부족이야!"

바로 이 부분에서 내가 대폭발을 해버렸다.


" 내가 TV  보고싶어서 새벽 두세시까지 안잤다는거야? 내가 그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건 안보였어? 막내가 매일 밤새면서 과제하니까 안쓰러워서 내가 좀 도와줄게 없나,

간식이라도 해줘야지, 늦게 책상에 엎드려 잠들면 침대에서 자라고 깨워야지  .....  해서 며칠 그런거고 졸음이 쏟아지니 잠깨려고 TV를 틀어둔거 뿐이고,  그게 두사람 자는데 방해를

준 것도 아닌데 어떻게 나를 밤새 TV  보는 사람으로 매도하는거지?"


"  아니.. 그게 아니고  늦게 자면 안좋다고 그러는거지."


"  진짜 걱정된다면 그렇게 말해서는 안되는거야. 며칠 피곤했구나... 오늘은 우리가 막내를 좀 살필테니 일찍 자... 라고 말해야지... 두사람 다 참 기가막힌다."


이렇게 옥신각신 하다가 9시 반쯤 자버렸다.

나도 이렇게 일찍 자고싶은 사람이고 내일아침에

보란듯이 늦잠자고 일어날테니 어디 두고봐라.

이렇게 잠이 들었다.


근데....

새벽 5시부터 30분간격으로 눈이 떠지더니

7시부터는 계속 누워있는게 영 힘들어졌다.

억지로 누워있자니 목도 뻐근하고 머리도 무거워지고,.... 안되겠다 싶어 7시 반에 이불을 박차고 나왔다.


거실에 나오니 아니나 다를까 막내가 소파에서

쪼그리고 자고 있다.

막내가 할게 많다보니 깊이 자지 않으려고

이렇게 소파에 나와 잘 때가 있다.

남편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큰소리 치더니...

아침에 또다시 부글거리려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뭉근하게 감자스프를 끓였다.


창밖을 보니 밤새 가을비가 촉촉히 내렸다.

이제 찐가을인가보다.

한차례 바람불고 나면 나뭇잎이 쓸려가고

하얀계절이 오겠지.

따끈한 감자스프를 먹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 늦잠도 자 본 사람이  자는거구나.'


https://youtu.be/McyiQ3agcb4?si=1YYPOz67kfQkWb8P



매거진의 이전글 집나간 빼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