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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손해보는게 아니란다

명란 아보카도 덮밥


※ 이 글은 2년전,  양희은의 < 여성시대>에 발표되었던 글입니다.^^


명란 아보카도 덮밥


어제 지리 멸치볶음 만들었으니

오늘은 아주 편하다.


따끈한 현미 완두콩밥에 저염 명란 조금 얹고

아보카도 반 개 가지런히 썰어 올리고

계란 프라이와 지리 멸치 볶음 올린다.

마지막에 참기름 휘리릭 얹어 양념장 없이 비벼먹으면 참 고소하다.


거저 차리는 아침.




새벽녘까지 후드득거리며 비가 왔다. 어제는 밤늦도록 큰아이가 심란해하는 통에 함께 이야기 들어주느라 늦게 잠이 들었다.


한 직원이 자신의 일을 제시간에 못하니까 자꾸 그 일이 딸에게 덤으로 얹어진다고. 자신은 점심시간 쪼개어 가며 일했는데 그 직원은 툭하면 휴가 내고, 적은 양을 할당받는데도 자꾸 꾀를 피우는 모양이다.


내가 처음 입사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 은행은 여상을 졸업한 언니들이 꽉 잡고 있던 시절이라

어느 날 공채랍시고 나타난 대졸 여직원이 마음에 차지 않았을게다. 입행 후 두어 달을 말도 못 하게 힘들게 했다. 주판이 서툰 내가 계산기를 사용하면 무시를 했고, 비온라인 시절이라 입금 지급 전표를 매일 밤 12시까지 남아 맞추라고 하고 , 모든 전화는 내게로 돌리고, 모든 손님은 내게로 보내고.


그런데 그럴수록 나는 오기가 생겼다.


그때는 어떤 업무를 하든 전 직원이 주기적으로 신용카드 회원을 유치해야 하던 시절이었다. 기회라 생각했던 나는 책임자에게 하루만 외출을 시켜 달라하고 나가서 60명의 회원을 단번에 모집했다.


유니폼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200원짜리 가나 초콜릿을 잔뜩 사서 배낭을 메고 서울시내 대학을 돌았다.

신분이 확실해야 하므로 교수들을 상대로 카드 권유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없는 시간 내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그 시간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 싶어 자비로 산 초콜릿으로 답례를 했다.


그러고 나니 고민이 되었다. 나 혼자의 실적으로 칭찬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결국 나는 그 많은 실적을 언니들에게 나눠 주는 선택을 했다. 1인당 1개 권유도 힘들었던 때라, 지점 직원 대부분에게 몇 개씩 나눠줄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언니들은 동생처럼 나를 챙겨주었고, 나에게 일을 넘기지도 않았다. 예금 증강 기간에는 그들의 실적을 내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업무도 바뀌었다. 내 고집과 끈기를 보고 남자 직원들과 동등히 일할 수 있던 외환업무를 맡겨 준 것이다.


그때의 일들은 살면서 참 많이 도움이 된다. 진부한 말이지만은, 힘든 상황을 겪어 본 경험은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분명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준다.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저축한다고 생각해라."


입사한 지 1년 된 딸에게 해준 말이다.

나의 경험을 딸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어 감사하다.

하룻밤 자고 나니 기분이 풀리는지 웃으며 집을 나서는 딸이 대견하여, 꽉, 으스러지게 안아준다.






















<이 글은 라디오 여성시대에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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