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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Jul 10. 2020

셰어하우스에 삽니다

혼자 살지만 같이 사는 이야기

혼자 사냐는 질문에 가끔 나는 이렇게 답한다.

혼자서도 살고 같이서도 살아요.”

셰어하우스에서 나를 포함해 셋이 살고 있지만 따로 살고 있기도 하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셰어하우스에 산다는 답변을 들으면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져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크게 질문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어디 살아요?'

'우주' '커먼 라이프'  셰어하우스 브랜드 이름을 몇몇 개 얘기하는 사람도 극히 일부 있긴 한데, 그런 이름 있는 곳은 아니고 개인이 운영하는 가정집 같은 곳이라고 답변한다.

사진 -비즈조선 / SK D&D 에피소드 성수 / 임대주택

둘째, '청춘시대'나 '하트 시그널'처럼 밥도 같이 해 먹고 썸도 타냐는 질문.

애석하게도(?) 금남의 집으로서 원칙적으로는 아빠도 들어갈  없는 곳이며, 여자 3명이서 살고 있다. 애초에 혼성은 생각도 없었고, 집은 가장 편한 곳이어야 하니까 접촉도 최대한 줄이는 편인데,  이야기는 뒤에서 덧붙이겠다.


셋째, '불편하지 않아?'

그럭저럭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 항상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다들 적당히 더럽고 적당히 깨끗해서 괜찮다'라고 답해준다. 기본적인 위생관리나 소음문제에 예민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가족도 아닌 모르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셰어하우스에 대한 환상을 산산이 부숴주고 난 다음에는 살아보니 꽤 괜찮다며 좋은 점을 많이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함께 지내면서 겪었던 이상한 에피소드를 이제는 시시콜콜 털어낸다.


 셰어하우스에 사냐는 질문은 사실 답변이 예상되기 때문에 자주 듣는 질문은 아니지만, 내가  셰어하우스에 살게 되었는지 얘기해보려고 한다.


하나, 부담스러운 보증금보다는 가벼운 주거비

만만치 않은 서울에서의 보증금이 부담스럽다면 셰어하우스에서부터 독립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편도 1시간 30분 거리의 회사를 다니던 때에는 사무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이 빠졌고, 조금만 늦게 퇴근해도 10시를 훌쩍 넘겨 집에 도착하곤 했었던 터라 독립이 간절했었다. 혼자 살아본 적도 없고 겁도 워낙 많은 편이라 고민할 때 즈음 먼저 셰어하우스에 독립해 살고 있었던 친구의 권유로 나의 셰어하우스 라이프는 시작된 거다.


둘, 혼자 있어도 같이 있는 기분

1 1실을 쓰고 부엌이나 화장실  공용공간을 셰어 하는 방식인데,  각자 아무런 대화 없이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는 '따로  같이' 생활에 가깝다.


혼자인 것은 맞지만   너머로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현관문 앞에  신발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신발이나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특히 나는 혼자 문을 열고 들어갔을  깜깜한 방의 기운이나 늦은  엄습해오는 괜한 무서움을 정말 싫어하는데, 겁쟁이에게 자취에 대한 두려움을 낮춰주는데  효과가 있다. 가끔  11시에 초인종 누르는 소리가   약간 흠칫? 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  방 사람이 치킨을 시켰구나'하고 신경 쓰지 않는다.


셋,  훨씬 넓게 쓸 수 있어 답답함이 덜하다

독립하기 전에 종종 혼자 사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씩 신세를 지고 갈 적이면, 정말   사람이   있을만한 좁은 원룸이 대부분이었기에 민폐를 끼치는  같아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먹는 곳과 잠자는 곳과 볼일을 보는 공간들의 사이는    간격 수준인 곳도 있었으니. 물론 사는 곳에 따라  다르겠지만 , 적어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산다는 생각에 나의 독립도 이렇게 되겠구나 하는 싶어 암울했다. 다행히 지금 사는 집은 원룸만 한? 방이 있고, 넓지는 않지만 오며 가며 빨래 건조대를 놓는 , 부엌 겸 거실이 있고, 세탁실 겸 미니 베란다가 있고, 화장실도 제대로 떨어져 있다. 

이만하면 원룸과 부모님이 사시는 ( 우리집) 집의 중간 정도니까 폐쇄적이지도 않고 나름 쾌적한 편에 속한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사실 불편한 점은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규율을 정하고 맞춰나가면 해결될  있는 게  많다. 하지만 집이란 곳은 모름지기 휴식을 취하는 곳이라 했던가,

우리는 최소한의 규율만 정하고 최소한의 대화를 하며, 암묵적인 우리들만의 싸인으로 지내고 있다. 그래서 서로 말은 안 하지만 조금은 바라고 있는 부분들도 맘 속으로 있을 거다.


예를 들어 굳이 낭비하지 않아도  것들을 조금은 낭비? 하며 사는 게 좀 아쉽다.

부엌 선반을 열면 작은방/ 중간방/ 큰방이라 적힌 스티커로 구역을 나눠 놓았는데,

오뚝이 참기름과, 똑같은 식용유가 3개씩 있다. 한 꼬집 쓰려고 사다 놓은 큰 부피의 설탕도 2개씩 각 칸에 있고. 사실 같이 쓸 수 있는 것들은 공통으로 사서 구비해놓으면 좋은데, 각자의 식성을 고려한 것일 수도 있고, 그냥 일일이 말하기 귀찮아서 일수도 있어서 별로 터치하지 않는다. 두루마리 휴지 정도는 돌아가면서 사놓기는 하는데, 이왕 셰어하우스로 비용을 세이브할 거라면 충분히 절약할 수 있는 잘잘한 부분들까지 했어도 나쁠 건 없을 거다.


이상하게 우리는 싫은 소리를 참 아낀다. 이것도 최소한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인가. 불만이 있다는 건 아니다. 묵묵히 일을 대신할 뿐이다. 사람들이 모나지 않아서일까.

각자 청소구역을 정해놓고 청소를 하는데, 사실 바쁘게 살다 보면 금세 더러워져도 자주 치우지 못한다거나 소홀히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생긴다. 그럴 때는 정말 귀찮지만 내 구역이 아니어도 내가 사는 곳이니까 청소를 해준다. 옆방 사람들이 역으로 내 구역을 청소해주기도 하고!

나는 가스레인지를 쓰고 나면 바로바로 밸브를 잠그는 편인데, 그렇지 않은 동거인은 항상 밸브를 열고 방에 들어가 버린다. 제발 밸브 좀 잠가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말없이 잠근다.



같이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밥을 같이 먹는다거나 집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이제 가족과도 함께 하기 힘든 시대인데,  하나의 공간을 쪼개어 쓰되 다르게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살면서 얻는 적당한 긴장감과 애티튜드도움이 된다.  동시에  안에서도 최소한의 배려라는 것을 하며 살게 되고,  치우던 버릇들도 고치면서 한 번이라도  정리를 하게 되듯, 적어도 함께 살아가니까 지켜야 할 매너들을 지키고 있다.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혼자 정돈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동시에 터득하는 샘이다.


독립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은 사람들이라면 혼자 사는 것보다 셰어하우스, 아니 코리빙이라는 새로운 대안적인 주거 방식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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