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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Aug 27. 2020

돈 주고 습관을 사는 사람

사는 것만 됨. 나쁜 습관은 팔 수도 없어


습관성 귀찮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30년째 귀에 딱지가 않도록 많이 들어 왔다. 옛날말 틀린 것 하나 없다던데

나쁜 습관은 참 오래 가고, 좋은 습관을 들이기는 어렵다.


평일에는 집-회사-집-회사를 반복하니 건강 앱에 체크된 걸음 수가 하루에 5,000보를 넘지 않는걸 보고

유튜브에서 요가소년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출근 전 10분,

퇴근하고 밤에 30분.

한 2,3일 정도는 연속으로 잘 하다가,


'아, 귀찮아'를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거르게 된다.

매일 아침 6시에 요가소년이 라이브로


1시간 분량의 요가를 하던데,

'일찍 일어나서 내일 꼭 해야지!' 하고

눈 뜨면 8시다.





아무리 사소해도 계속하면 습관이지 뭐

그나마 내가 지키고 있는 습관이라면 습관인 것은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삼시세끼 무슨 메뉴를 먹었는지,

하루에 얼마를 썼는지,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앱이 패턴을 분석해주는 아주 편한 세상이지만,

전자기기로 내가 일어나는 시간을 컨트롤하는 와중에,


이것만큼은 내 스스로 직접 쓰고 체크하는게 좋겠다 싶었다. 하물며 내 몸뚱아리에 들어가는 음식인데,

매일 무엇을 먹었는지도 까먹고, 탄수화물을 많이 먹었는지 고기를 많이 먹었는지,

스스로 체크해보면 반성도 많이 되서 거르지 않고 쓴다.  


남들이 보기엔 이걸 습관이라고 하냐! 싶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3년 넘게 유지해 온 나만의 소소한 약속이자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관찰기로서 의미가 있다.



일주일, 한달의 기록을 넘기다보면, 나 그래도 하루하루 잘 숨쉬고 살아왔구나, 노력했구나,


하루가 쌓여서 1년이 되고 내 인생이 되는 건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낀다는 마음이 든다.


특별하진 않아도 오늘의 내가 먹고 마시고 자는 아주 본능(?)적인 일을 하더라도 무언가 해놓은 것 같은

뿌듯한 안도감을 느낀다.




들이기 어려운 습관에 필요한 2가지

식단 쓰기 같은 1차원적인거 말고 고차원(?)적이고 의식적인 습관을 들이고 싶을 때, 나는 꼭 2가지가 필요하다.

바로 '돈'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 쓰고 강제성과 의식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헬스장이나 요가원을 다니는 이유가

선생님이 있기도 하지만 돈이라도 냈으니

안가면 '나는 바보천치!' 같은 심보 아니겠는가.


여기에 같은 시간대에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나의 게으름을 탓하고 의지를 불태우기에도 좋으니까.


돈을 들여서라도  만들고 싶은 의식적 습관은

 '글쓰기'와 '제로웨이스트의 삶'이다.


우선, 글쓰기는 내 마음을 마주할 수 있고 나를 표현하는 쉬운 방법인 것 같아서 꾸준히 해보고 싶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보증금을 내고

목요일 저녁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목요일 밤12시 (좀 늦게 마감하는 분들을 위해 새벽1시까지) 글을 한 편씩 완성한다.


얼굴을 모르는 분이 훨씬 많지만, 서로의 글을 읽어보면서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구나 짐작하며

소소한 재미와 영감을 얻는다.


쓰레기라도 써야 된대요


이 모임은 기똥차게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뭐 쓰지? 매주 소재 고민하는 나의 모습같다


엑셀표에 이미 내 이름 아래 3번이나 x 표시가 되어있어서,앞으로는 꼭 빼먹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아마 이 모임에 들지 않았더라면 3개월에 한 번정도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엔 꼭 성공하자

또 한가지 들이고 싶은 제로웨이스트 습관은  9월부터 온라인 모임으로 본격적으로 시작 할 계획이다.


쓰레기 분리수거나 음식물 묻은 플라스틱 행궈서 버리기 같은 소소한 실천들은 하고 있지만

더 많은 실천 방법들을 알고 싶고, '한번 쯤은 괜찮아' 하며 유혹에 넘어갈 것들을 잡기 위해 모임을 신청했다.


프리 플라스틱 활동가들이 운영중인 알맹상점과 '카카오 프로젝트100'이란 서비스를 통해

1만원을 내고 매일 100일 동안 제로웨이스트 관련된 행동을 실천하고 인증샷을 올리는 챌린지인데, 기대중이다.


생각보다 나는 의지가 박약해서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



주변 사람들한테

계속 내가 어떤 습관을 들일거라고  말하기

“ 나 온라인 챌린지로 글 써.”

“ 나 환경 좀 생각하면서 살려고.”

남들한테 알리면 찔려서라도 하게 된다.

내뱉은 말 주워담을 수 없는 것처럼

'잘 지켜봐줘' 하고 출사표를 던지는거다.



좋은 습관이 모여 루틴이 되고,
루틴은 결국 내 자신과

잘 살아 보겠다는 다짐이다.


습관이 연속되면 루틴이 된다. 예를 들어


7시 기상- 이불 개기 - 물 한잔 마시기- 스트레칭


이 작은 습관의 단위들을 묶어

‘아침 루틴'이라 부를 수 있듯이.


습관은 좋은 습관 / 나쁜 습관으로 나뉘는 반면

루틴 앞에 '나쁜'이 붙은 적은 못봤다.


루틴은 언제나 좋은 흐름, 싸이클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잘 행해지는 습관일 때 '루틴'이라 불리는 것 같다.


결국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챙기는

일련의 루틴들이 더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들테니.


오랫동안 쌓은 것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을 믿고,

나는 내 부실한 성실함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한다.



살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유혹에 노출되고 휩쓸린다.
온갖 사정과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빚어내는 예외의 유혹이 피어날 틈을 주지 않는 터프한 보안관이다.일상 루틴의 제1조항은 정해진 루틴에 의문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고,제 2조항은 예외 없음이다.어떤 상황, 어떤 사정, 어떤 감정의 돌발 변수에도 흔들림 없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정언명령과도 같다.
- 김교석 <아무튼, 계속> P.39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만드는 습관이니까

예외를 두지 말고 그냥 하는 수 밖에.

아무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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