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바라보는 것과 들여다보는 것은 다르다.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두 단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바라보다: 어떤 대상을 바로 향하여 보다.
들여다보다: 가까이 자세히 살피다.
꽃다발의 조화로운 색감을 보고 올망졸망 피어난 꽃덩이를 전체적으로 감상하는 건 ‘바라보다’에 가깝다.
반면에 꽃을 들여다 본다는 의미는 가만히 3초 이상 꽃의 ‘부위’를 뜯어다 본다는 행위로 해석 될 수 있다.
산책 길에 우연히 만난 코스모스는 꽃을 새롭게 보는 방법을 내게 알려주었다. 때는 가을, 길가에 피어난 하얗고 분홍 코스모스는 여느때와 다를 바 없이 그저 들꽃처럼,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 가로수처럼 줄을 지어 서있었다. 그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들꽃이라 생각했지만 직선의 산책길이 단조로워서인지 코스모스를 보며 걸으니 코스모스가 평소와 다르게 눈에 들어 왔다.
차로 도로를 달리면 비중없는 들꽃에 불과했던 코스모스는 유난히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조화 같기도 하고, 아이폰에 있는 분홍 꽃의 이모지를 닮기도 했다.
중간중간 벌들이 열심히 꿀을 먹는 것 같은데 기특하면서도 무서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도 코스모스를 작정하고 들여다보고 싶었다. ‘대체 뭐가 있길래 너는 그렇게 열심히 먹고 있니.’ 하면서.
꽃 속에 별이 있다.
꽃잎들 가운데 노란 암술과 수술 같은 것이
팽이버섯 다발처럼 노란 별모양을 띄며 모여있다.
별 모양의 가닥들이 모여 윤곽이 더 또렷한 큰 별을 만든다. 어떻게 저 속에 별을 품고 살 수가 있지?
코스모스 속에 별을 품고 있는 건 들어다본 사람만이 안다.경이로웠다. 마치 황금비율이나 피보나치 수열을 설명하며 꽃잎 이미지를 자료로 넣은 문제집을 실제로 마주한 짜릿함과 같았다.
작은 꽃잎이라도, 풀떼기라도 들여다보자.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아무래도 인간이 절대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긴데는 다 이유고 있고, 말은 못해도 살아남는 데에는 분명 힘이 있고 그들만의 방식이 있을 것 같았다.
몬스테라의 잎이 구멍이 나다가 갈기갈기 결이 찢어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밑에서 올라오는 새순도 빛을 보게 해주려고 배려했기 때문에 생김새가 그러하듯이.
정말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