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포토는 구태여 나의 지난 기억을 끄집어낸다.
'이래도 모른 척할 거야? 여기 증거 있어!'
알고리즘의 철두철미함과 천진무구함에 실소했다.
그것은 나와 헤어진 인연들이 나눈 조각들을 한 데 모았다. 발랄한 배경 음악까지 정성스레 곁들여.
헤어진 인연들을 곱씹는다.
개중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레 멀어진 이들도 있고, 어떤 이들은 내가 먼저 손을 놓기도 했다. 이별을 인지할 새 없이 각자의 길을 걸은 순간도 있었으며, 어떤 헤어짐은 마음 깊이 남아 아직도 퍽 시리다.
구글 포토의 선물(?)에는 서사가 없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관계를 정리해줄 뿐이다. 일방적인 처사에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 시절에 가 있다.
고백할 수밖에 없겠다.
난 그들과 이별은 했지만 그 시절의 나와, 그때의 내가 느낀 감동과 이별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날엔가는 너무 벅찬 감동에 휘청거릴 때도 있었고, 완전한 행복의 느낌에 두렵기도 했다. 기억 저 편의 평온한 바다는 아직도 보석처럼 반짝이고, 일몰로 물든 하늘은 세상의 모든 위로를 대신할 만큼 따스하다.
그들과 그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나의 일부분이 되었고, 그 다감(多感)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사라졌지만 나를 완성해준 모든 것들에게 구태여 닿을 수 없는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