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쿵. 탁, 쿵.'
예기치 못한 발목 골절은 전에 없던 몸의 리듬을 만들어 냈다.
한동안 깁스를 한 다리는 눈에 띄게 앙상해졌다. 근육이 빠진 오른 다리는 왼다리에 빚질 수밖에 없었다. 몸의 왼쪽이 힘을 더 쓰기 시작하면서 엇박의 리듬이 만들어졌다.
불안정한 리듬은 지면과 닿으며 파열음을 냈다. 예민해진 발에는 땅의 질감과 경사가 고스란히 전해졌고 울퉁불퉁한 길, 미끄러운 길은 무시무시한 장애물이 되었다.
균형이 안 맞는 걸음걸이에 신경을 쓰다 보니 원체 느린 걸음은 배로 느려졌다. 점차 나를 추월해 가는 사람들에 익숙해졌고, 자연스레 그들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저마다의 리듬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떤 이는 K-POP 아이돌 댄스곡, 어떤 이는 카리스마 록, 어떤 이는 컨트롤비트 랩, 어떤 이는 소주를 부르는 감성 발라드.
그 속에 어떤 가사가 담겨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확실한 건 그들이 자신만의 리듬으로 주저 없이 걷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러움 그득한 마음으로 그 뒷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나의 리듬은 어떻게 비칠지 문득 궁금해졌다.
예전의 나는 터덜터덜 걷곤 했는데, 이제는 꾹꾹 눌러 밟는다. 엇박의 리듬을 들키지 않으려고 힘주어 걸으면서 생긴 버릇이었다.
누구는 그 리듬에서 활기와 기세를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에게는 두 다리가 땅과 만나는 감각을 온전히 느끼려는 절실함이다.
느릿느릿, 꾹꾹. 오늘도 내 걸음을 길에 새긴다.
걷다 보면 감사하고, 뭉클하고, 대견한 마음이 왈칵 밀려온다. 시간이 흘러 엇박의 리듬은 정박으로, 정박에서 겉멋 든 R&B가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 이 리듬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오른 다리가 왼다리에 빚지고, 내가 두 다리에 빚져 만든 이 리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