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r의 thinktank 앨범의 아트워크
"위험하지 않은 것은 결코 위대하지 않다." -마키아벨리
그는 아티스트인 동시에 테러리스트이다. 이미 스타지만 동시에 익명이다.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고 이것은 실제 상황이다. 오늘,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남의 담장에 몰래 낙서를 해놓고 도망가는 그라피티는 환영받는 작업이 아니다. 슬램가의 상징이며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표적이 되고, 보이는 족족 지워지기 바쁘다. 건물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날벼락이다. 부탁한 적 없는데 제 멋대로 낙서하고 도망가는 일. 그들이 초등학생이라면 벌이라도 서게 하겠지만, 이건 그 정도 선에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그가 어느 담벼락에 뚝딱 작업해놓으면, 그 집주인은 로또 맞는 셈이다. 그 담벼락은 갤러리가 되고, 관광객이 몰려 일종의 성지가 된다. 브래드 피트 같은 스타들이 거액으로 그의 작품을 사들인다고 줄을 서고, 옥션마다 호가는 점점 높아져 수십 억에 거래된다. 언제 어디에 그의 작품이 그려질지 모르지만, 어느 사이엔가 동네를 바꾸고 가치를 올리는 마이더스의 손이 되었다. 록스타 부럽지 않은 스타덤에 올랐다.
여전히 미스터리에 싸인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 이야기다. 익명의 활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여전히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스타가 된 것 말고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 또한 놀랄 일이다.
그는 이미 유명해지기 전부터 미술관이 갖는 권위에 도전했다. 국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수염을 달고 변장하고 들어가서 몰래 자신의 작품을 붙여놓았다. 예를 들어 대영 박물관에는 낙서를 한 작은 돌판에 '쇼핑하는 원시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자세히 본다면 웃음이 나올 법한 것이지만, 모두가 진지하게 감상했다. 그렇게 붙여진 작품인지 며칠 동안 아무도 몰랐다. 이로써 그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장소에 작품이 걸리기만 하면 예술이라는 명분이 주어진다는 자신의 신념을 증명해 냈다. 도둑처럼 권위의 울타리를 침범하여 스타가 되어 나왔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데뷔의 순간이며, 지독하게 멋진 현대미술 접근방식이다.
브래드 피트 같은 유명 셀럽들처럼 뱅크시의 작품을 거액을 주고 사들일 수는 없지만, 음반을 한 장 사면 내 방의 진열장에는 소장할 수 있다. 바로 블러의 싱크탱크(Think Tank) 앨범이다.
뱅크시는 유명 미술관의 전시 제안이나 전속 작가 계약도 거절하고, 거액에 작품이 거래되는 것도 경멸했다. 기업의 수많은 작품 의뢰도 거부했다. 나이키는 네 번이나 거졀했다. 그는 굳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업적인 작업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가 수락한 '외주' 작업이 바로 블러의 2003년 'think tank' 앨범의 아트워크 작업이다.
수중 헬맷을 쓴 두 남녀가 키스를 하는 모습이고 원본은 2007년 경매에서 7만 5천 파운드(약 1억 2천)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아주 드문 뱅크시의 상업 작품 사례이다.
"청구서를 내기 위해 몇 가지 일을 했고, 블러 앨범을 만들었어요. 기록이 좋았고 돈이 꽤 되었죠. 그게 정말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해요. 진짜로 믿는다면 상업적인 일을 한다고 쓰레기로 바뀌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 않다면 자본주의를 아예 거부하는 사회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죠" - 뱅크시
자본주의와 상업주의를 비판하지만, 한 편으로 작가 역시 생계를 이어야 하고 돈이 필요한 생활인이다. 작품의 메시지가 희석되지 않으려면, 작가 역시 치열한 고민을 거칠 수밖에 없다. 작품이란 작가의 손을 떠나면 통제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고삐 풀린 것처럼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이다. 그 사이 균형을 잘 잡기 위한 고군분투가 엿보이는 인터뷰다.
이 앨범은 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2003년 발매되었다. 블러는 밴드 내부적으로는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의 불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외부적로는 전쟁의 현실 속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반전주의자들인 블러의 메시지가 드러난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늘 기성의 관습, 권력화된 제도에 반항하고 비판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왔던 뱅크시와 블러가 만난 작품이다.
Blur - Out of Time
https://www.youtube.com/watch?v=SRkX1Up1vnc
블러의 out of time 공식 뮤직비디오는 2002년 BBC의 다큐멘터리 필름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전쟁으로 오랫동안 가족을 떠나 지내야 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쓸쓸한 감정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