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r - sweet song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
한 때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지.
Beatles - Golden Slumbers
https://www.youtube.com/watch?v=AcQjM7gV6mI
매일매일 해오던 일들이 문득, 낯설어진다. 되돌릴 수 없는 시곗바늘처럼 아득하게 멀어져 간다.
폴 매카트니는 회한에 가득 찬 심정으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10년 동안 밴드 멤버들과 함께 해왔던 그 길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예감.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추억들로 슬픔은 더욱 깊어져간다. 그래도 다시 꿈꿀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 곡을 써 내려갔다. 아이의 눈에 가득 찬 '황금빛 졸음'처럼 나른하지만 따스한 옛날이 그리워진 것일까.
비틀스의 'Golden slumbers'의 첫 소절이다. 이 곡이 수록된 <abby road> 앨범은 비틀스의 마지막 녹음이 되었다.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은 그 이후 각자의 길을 간다.
밴드가 해체되는 이유는 대개 하나다. 친구로서 끝날 때 밴드도 사라진다. 바닷물이 시간을 거쳐 소금 알갱이가 되듯 세월이 응축된 결정체처럼 앨범만이 그 자리에 남는다.
침묵 같은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의 끝은 예정된 것처럼 보였다. 밴드가 밟아가는 클리셰 같은 수순이다. 밴드는 다른 기타리스트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묻는 사람은 제 각각이지만, 답해야 하는 한 사람에게는 수 백번의 질문이다. 무심코 던질 수 있지만, 어떤 질문은 그 자체로 상처가 된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다른 멤버를 구해야 하지 않냐, 이대로 밴드는 끝나는 건가.
하지만 블러의 데이먼 알반은 단호했다. 그레이엄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선택을 했다. 그의 자리를 비워둔 채 앨범을 만들었다. 그렇게 2003년 블러의 7집 앨범 <Think Tank>가 발매되었다.
남은 멤버 셋이 만든 앨범이었지만, 그 앨범에는 그레이엄이 있다. 'Sweet Song'은 친구를 기다리며 만든 곡이다.
blur -sweet song
https://www.youtube.com/watch?v=1nS0v41kHKo
I believe, I believe, I believe
Love is the only one
I deceive, I deceive, I deceive
I deceive 'cause I'm not that strong
Hope you feel the same
And now it seems that we're falling apart
But I hope I see the good in you come back again
I just believed in you
난 믿어
사랑은 유일한 거라고
난 속였어
왜냐하면 난 그렇게 강하지 않거든
우리가 똑같이 느끼길 바라
이제 우리는 무너진 것처럼 보여
그래도 다시 돌아와서 좋은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라
나는 그저 너를 믿을 뿐
'sweet song'은 친구 그레이엄을 향한 데이먼의 노래다. 긴 침묵의 시간 속에서도 데이먼은 친구의 일상을 떠올린다. 끊임없이 TV에 소모되는 그들의 삶이지만, TV를 꺼버리고 잠들어 있을 모습을. 눈물을 흘리고 있을 그의 심성을 안다. 햇빛을 향해 나오라는 손짓을 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고백을 잊지 않는다. 변명하지 않고 투명하게 드러낸다. 나 역시도 강하지 못해서 누군가를 속인다는 것을.
침묵의 시간 동안 밴드 멤버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데이먼은 다른 음악 프로젝트를, 그레이엄도 자신의 솔로 앨범을, 제임스는 치즈 농장을 시작하고, 데이브는 변호사로서 정치에 뛰어든다.
어색해진 사이에서 흔히 있을 법한 엇갈림도 있었다. 어느 동물원에서 데이먼을 보고, 그레이엄은 그를 피해 다닌다. 서로를 의식하면서 못 본 척해야 하는 이상한 시간.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늘 함께였는데 말이다.
"오랜 친구 사이에는 반드시 시련이 와요." 그레이엄이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질문을 받았어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일수록 상대를 어떻게 상처 입히는지를 알기 때문에 바닥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지금 각자가 할 수 있을 것을 했다. 그렇게 13년 아무렇지도 않게 시간이 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2015년 어느 날 갑자기 8집 앨범 소식이 홍콩에서 날아들었다. 그 앨범을 받아 든 순간, 팬들은 블러의 재결성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를 갑자기 알게 되었다. 뜨거운 여름 홍콩 거리를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옷차림으로 지하철에 같이 앉아 돌아다니는 네 명의 블러의 여행담이 담긴 앨범을 받아 든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가 다른 밴드와 다른 점은, 우리는 다시 네 명으로 만났다는 거예요!"
데이먼은 정확히 알고 있다. 블러의 팬들도 그렇다. 그렇게 이야기는 다시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더 용기를 내볼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던 가능성의 영역이 조금 더 커져간다.
완전해진다는 것은 어렵다.
인간관계든 삶이든 사랑이든.
그저 조금 나아지거나 그대로 이거나 더 나빠질 수도.
책을 열고 이들을 보게 되면 점점 알 수 있게 된다.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해볼 수 있다는 것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드, <무엇이든 가능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