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오 -New born
미세먼지가 심하던 어느 오후,
터덜터덜 걸어서 그 카페에 도착했다.
오래되어 낡고 닳은 마루가 있던 그곳.
바 주변에 주저앉은 커다란 말라뮤트의 뒷모습이 보였다.
덩치 하며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당연히 수컷이려니 했는데
돌아본 얼굴에 분홍 리본 플라스틱 핀을 꼽고 있었다.
못 알아봐서 미안-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책을 펼쳤다.
노래가 들려온다.
언젠가 한밤 중에 들었던 그 곡.
앨범을 뜯고 처음 들었을 때,
무언가 놓치고 있던 것들이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좋아 보이는 것들은 세상에 얼마든지 많다.
자신이 가진 것은 크게 보이지 않고,
멀리 돌고 돌아서야 겨우 알게 되기도 한다.
휴-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지근대는 기타 소리에 우주를 유영하는 보이저 호를 떠올린다.
접어두었던 페이지의 문장을 기억한다.
"우리는 차량이 지나간 길을 더듬어보고 새로운 발견에 대해 생각해 보고 새로운 목적지를 제안할 수 있으리라. 나그네의 길은 멀고 차량은 지구로부터의 전파지령에 순종한다.
(......)
즉, 몇십억을 헤아리는 사람들이 또 하나의 세계의 탐험에 참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중에서
멀리 돌고 돌아가는 길은
어쩌면 새로움의 자격을 얻는 일.
그러니, 다시 기운을 내보기로 한다.
혁오 밴드 -New born
https://www.youtube.com/watch?v=Lc4lkdPriWU
라이브를 들을 때 진짜를 알게 되는 밴드들이 있다. 혁오의 목소리를 처음 라이브로 듣던 순간을 기억한다. 물론, 이 밴드는 곡도 잘 쓰고 연주도 기막히게 하지만, 목소리까지 절묘하다. 가창력 이야기가 아니다. 음색도 좋지만 악기처럼 목소리를 쓰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다른 모든 것들이 잊힌다.
이 곡은 보컬의 매력을 알면서도 전면에 나서지 않고, 가사는 들리지 않아도 무엇을 전달하는지 전해진다.
라이브를 못 봤다면 혁오밴드를 아직 모르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이 앨범을 사던 그 해, '올해의 앨범'으로 등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