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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아메리카노

김사월 -세상에게

by 베리티

"진한 걸로 드려요? 아님 조금 옅게 드시나요?"


종종 들르는 카페에 새로운 알바생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 길게 늘어뜨린 머리.

그럼에도 유심히 바라보게 되는 사람이 있다.


얼핏 보아도 성긴 손동작, 휘적휘적 손이 움직인다.

손가락 사이로 공기가 흘러간다.

그런데, 이 카페에서 이런 질문은 안 했었는데.


폴란드풍 찻잔에 깔끔한 커피가 나왔다.

한 모금 마시자 괜찮냐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셔보니 드립커피다.

난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그래 뭐 드립커피가 아메리카노가 아닌 것은 아니잖아.

그냥 펼쳐놓은 책을 보기로 한다.


스르륵 문에 매달린 종소리가 울린다.

터덜터덜 주인아저씨가 들어온다.

책장 너머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음악 해요? 인디 음악?"

"아... 네."


고개를 돌리진 않는다.

"어때요, 밥은 먹고살죠?"

"네... 그럼"

종소리를 울리며 기타를 맨 긴 머리 알바생이 나간다.


교대하러 온 알바생과 아저씨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처음 온 알바인데 일을 잘하지는 못한다고.

"난 우리 애 음악은 절대 안 시킬 거야."


일에 서툰 손가락으로 어디에선가 기타를 치고 있겠지.

이 동네, 어느 바의 커피집에는

또 다른 음악가들이 커피를 만들고 있겠지.


커피에서 음악으로 가는 길은 얼마나 먼 것인가.

찻잔이 식기 전에 커피를 마저 마신다.



김사월 -세상에게

https://www.youtube.com/watch?v=ij51c3i1BpM

커피의 맛과 음악. 카페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라디오를 잘 듣지 못하는 요즘은 우연이 카페에서 듣는 음악이 라디오가 되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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