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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향이 나는 비 갠 오후

김오키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

by 베리티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난 후 발길이 닿은 곳은

어느 학교의 운동장.


누군가와 심하게 다투었다.

다정하게 같이 걷는 사람들에 괜히 심통이 난다.

나만 빼고 다 즐거운가.


비에 젖은 흙냄새를 따라 걸으니

푹신해진 운동장의 모래가 운동화 밑으로 쑥 들어간다.

툴툴 걷다 보니 젖은 흙조각이 종아리에 튄다.

에이 좀 튀면 어때.

더 성큼성큼 걷는다.


나무 밑으로 다가가니 마른날과 다른 냄새가 다가온다.

언젠가 선물 받았던 녹찻잎을 우려낸 차향기.

왜 나무에서 녹차향이 나지 궁금해하다가,

차향이 떠오르면서 발걸음이 차분해진다.


무성한 나무 울타리 너머로 옅은 소리도 들려온다.

창 너머로 학생이 색소폰을 연습하고 있나 보다.

걸음에 템포가 붙는다.

멜로디는 점점 유연하게 흐른다.


틀린 부분에서 다시 처음으로.

자꾸만 되돌아가도 나는 그 소리가 좋다.


실수할 수 있어, 틀릴 수 있어.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완벽하지 않은 연주여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따뜻한 선율이 맑아진 하늘 너머로 번져간다.

다만, 연주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다리게 된다.

너와 나 모두 연습을 쉬지 않기를.


이제 돌아가면 먼저 말을 걸어야지.



김오키 -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

https://www.youtube.com/watch?v=p6W-gW02nY8

김오키의 열혈팬인 친구가 떠오른다. 그는 매번 작은 라이브 공연을 찾아서 아마도 뮤지션과 서로 얼굴을 알고 있을 것이 뻔하지만, 말을 걸진 않는다. 그저 샤이(shy)한 팬으로 남기로 했다고.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무한한 사랑을 쫓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것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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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