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ur Ros -Hopippolla
아침에 빵 굽는 냄새가 났다.
자석에 끌리듯 집을 나섰다.
슬리퍼를 끌고 도착한
건널목 앞 식빵을 굽는 작은 가게엔
오븐에 구운 브리오슈 냄새가 진동했다.
식빵봉지가 가득 놓인 진열대 뒤로
주인은 반죽을 뚝뚝 자르고 있었다.
조리대 옆 작은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빵봉지를 하나 집어 들다가,
아, 아는 곡인데 제목이 가물가물.
이거 누구였죠?
나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온다.
시규어로스 아세요?
맞다, 호피폴라.
주인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그는 동네의 작은 모퉁이에서 빵을 만들고 음악을 들으며
소박하고도 견고한 세계를 심어놓고 있었다.
음악을 들어서 빵도 맛있어졌을까.
빵을 결대로 찢으면 깊은 버터향이 퍼진다.
어느 날, 그 집 앞에 대기줄이 늘어선 것을 보았다.
한참을 기다려 봉지를 사들고 나오다가 힐끗
주인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손은 무척 바빴다.
스피커는 침묵했다.
프랜차이츠 권유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몇 년 전 스위스의 체르마타에서 만났던 어느 가족이 떠올랐다.
손으로 직접 조립해 전기차를 만드는 가족기업은
1년에 딱 네 대만 차를 만든다고 했다.
누군가 질문했다.
더 많이 만들면 사업이 번창할 텐데, 왜 그렇게 안 하죠?
촬영팀을 바라보던 그 낯선 눈빛을 기억한다.
가족은 슬쩍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일하는 즐거움을 해치고 싶지 않아요.
한 달이 지났을까.
빵집 대기줄은 조금 잠잠해졌고 빵은 매진 속도가 빨라졌다.
여전히 가게의 불빛이 반짝인다.
건널목에서는 빵냄새가 밀려온다.
다시 가게 문을 열어본다.
오늘은 음악이 들려올까.
Sigur Ros - Hoppipolla
https://www.youtube.com/watch?v=nlVA_e6WQhw
종종 내한하기를 바라지만 오기 어렵겠다 싶은(국내 팬층의 수를 고려하면) 밴드들이 기적처럼 눈앞에 선다. 그렇게 오면 또 한 번만 오는 밴드는 잘 없다. 시규어 로스의 보컬 욘시는 자신만의 언어로 노래한다. (팬들은 외계어라고들 부른다) 그래도 그 세계가 리스너에게 전달된다. 가보지 못했지만 아이슬란드의 자연이 그대로 다가온다. 시규어로스처럼 음악 하는 밴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눈앞에서 꿈을 꾸는 듯한 라이브로 기억한다.
(사실, 시규어로스의 내한에는 김태호PD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무한도전에 한번 삽입되면서 결국 내한까지 이어진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