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안 드는 질문에 대답하는 법

예술가에게 질문하기는 어려워

by 베리티

사진 작업을 하는 친구가 전시 아티스트 톡 얘기를 했다. 어렵게 마련된 자리였는데, 주최 측에서 아주 표면적인 질문을 해서 언짢았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대충 던진 질문. '디아스포라'에 관련된 자리였는데 첫 질문이 대뜸 경계인이라고 느낀 것은 언제였나요? 이런 식이었다.


친구는 멈칫하다가 조금 공격적으로 되물었다고 했다. 조금은 질문받는 사람을 배려해달라는 뉘앙스로.


나는 친구가 이해되었다.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 그렇게 단편적으로 이해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 그 질문을 하는 사람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작가들에게 각자 의미 있고 독특한 작업이지만, 또 질문은 아주 평이하게 시작되기도 하니까. 물론, 충분히 작가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던진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유쾌하지 않았고. 그걸 알아라 하는 의미로 그랬을 것이다.


친구가 공감되었기 때문에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떠오르는 일화가 있었다. 나도 예전에 어느 작가를 취재하러 작업실에 갔는데 당황했던 적이 있다. 자신의 작품 중 일부(시)를 읽어주는 연출을 하자고 했더니, 마땅치 않았는지 불쾌해하며 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그를 화나게 했는지 모르겠다. TV라는 매체는 대중적인 것이고, 또 그는 작품 세계에 대해 자신의 주관이 있으니 그게 안 맞았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어찌 되었건 제작팀은 그의 작품을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게 하려고 했는데, 그는 싫었을 수 있다. 그렇다. 모든 작가가 대중적일 수는 없으니까. 이해는 한다.


TV와 맞지 않는 작가들이 있고,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대중적인 모든 것이 좋은 것이 아니듯이. 내 친구도 조금 그런 성향인 것 같다. 타인에게 노출되는 것이 조심스럽고 혹시라도 아무렇게나 비칠까 걱정스러울 수 있다. 그건 작가 성향이다. 내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여전히 내 친구를 좋아하고 지지한다.


사실 유명인들 중에서 자신의 뜻과 맡지 않는 질문을 받으면서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화제가 되기 때문에 그 일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플만 달리는 댓글이 없듯이 좋은 것에는 나쁜 것도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걸까? 나도 잘은 모르겠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나는 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내한해서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의 일이다. 영국에서는 유명하지만 한국에서 그들을 잘 모를 때 왔기 때문에 질문이 오죽했을까. 어떤 기자가 물었다. "당신들의 음악적 색깔은 무엇인가요?"

아, 이 기사를 읽을 때 나도 얼굴이 좀 후끈거렸다. 아무리 모른다지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때 리더가 말했다. "음악적 색깔이요? 황금색?"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들의 앨범 커버 디자인이 황금빛이었기 때문이다. (Blur의 5집 Beetlebum 앨범 당시이다) 데이먼 알반이 위트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센스 있는 대답이었다는 생각에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다.

97 blur.jpg

어이없는 질문에 눈살을 찌푸릴 수 있고, 날 아는 건가, 기자의 수준? 온갖 생각을 다 할 수 있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 또 중요한 건가? 기자들은 함께 있는 그 낯선 밴드가 어떤 사람들인지 현장의 느낌을 알고 싶었을 텐데 말이다. 그 밴드의 음악을 알건 모르건 간에.


그 대답으로 아는 사람은 픽 웃을 수 있고, 질문 던진 사람도 무안하지 않고, 질문받은 사람도 특별히 기분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다. 그냥, 그런 태도를 좀 배워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긴, 워낙 내가 데이먼 알반을 좋아해서 하는 더 끌리는 것이겠지만.


"나는 아티스트들이랑 말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언젠가 한 PD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무슨 뜻인지 안다. 누구인들 쉬울까. 강한 자의식이 예술가의 세계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지만, 힘을 빼면 훨씬 좋은 것 같기는 하다. 모든 일이 그렇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탕 모양을 한 감기약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