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저는 직업 특성상 미래 트렌드에 대한 강연을 할 때가 많습니다. 보통 강연은 약 90분 동안 이어지는데, 그 90분 중에서도 청중들이 가장 활발하게 제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찍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미래 유망직종’에 대해서 정리한 화면입니다. 그럴 때마다 사진 찍을 시간을 드리기 위해서 강연을 잠깐 멈추기도 할 정도입니다.
특히나 구글 딥마인드사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에서 이긴 후로 미래 유망직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언론에서는 유망직종과 사라지는 직업에 관한 기사들을 더욱 많이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그중 미래에 유망하다고 주로 언급되는 직종들에는 데이터 과학자, 로봇공학자, 사물인터넷 코디네이터, 가상현실 공간 디자이너, 노인요양사, 시니어 교육전문가 등이 있고, 사라지는 직종에는 회계사, 텔레마케터, 마트 계산원, 기자, 자동차 수리기사 등이 자주 언급되곤 하죠.
하지만 정작 미래 트렌드를 교육하는 저는 사람들에게 유망직종들을 절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가 유망직종과 산업들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이유는 미래의 거대한 변화와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서이지, 청중들이 그 직종에 종사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유망직종을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앞으로 유망하다고 해서 그 직종에 종사한다고 행복해지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죠.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특성이 다르고 행복에 대한 기존도 다른데 개개인에게 유망직종이 무슨 큰 의미가 있나요?
예를 들어 앞으로 미래의 사회는 소프트웨어, 데이터 중심 사회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같이 프로그래밍에 관련된 직종이 앞으로의 유망한 직업으로 많이 언급이 됩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코드를 짜고 버그를 찾아내는 일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죠. 그렇다면 그런 일에 재능이 있고, 그런 일을 잘 참을 수 있는 사람만 그 일을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또 앞으로 분명히 유망한 직업으로는 노인요양사, 시니어 교육전문가처럼 고령화와 관련된 직업입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노인들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며 그 일을 즐길 수는 없을 겁니다. 즉 유망직종은 앞으로 직업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개인의 행복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미래에 직업 기회가 많이 생긴다면 보다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행복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착각해선 안 되는 점은 ‘행복한데 돈이 없는 것과 돈이 있어야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란 사실입니다. 돈도 좋고 직장도 좋고 멋진 아파트와 차도 좋지만, 우리가 이 모든 것들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국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앞으로 유망하고 미래에 돈을 더 많이 벌 기회가 주어지는 직종이라고 해도 내가 그 일을 하며 행복하지 않다면 유망직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행복한데 돈이 없는 것과
돈이 있어야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그 유망직종이란 것도 몇 년이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배터리 산업처럼 몇십 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산업도 있지만, 비디오테이프 산업처럼 한 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죠. 과거 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90년대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비디오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었고 동네마다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비디오테이프는 DVD라는 새로운 형태로 교체되더니 인터넷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며 영상물을 다운로드하는 시대가 찾아오자 비디오 산업은 존재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완벽하게 우리 생활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멸종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말입니다.
이처럼 3D 프린터, 드론, 웨어러블, 가상현실 등의 산업도 지금은 유망하다고 주목을 받고 있고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비디오테이프처럼 사라질지 모른다는 겁니다. 특히나 앞으로의 시대는 각 기술 간의 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전 세계적인 경쟁이 일어나며 그 변화의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만약 개인이 미래에 유망하다는 트렌드를 그때그때 따라가려 하다 보면 아마 그 개인의 인생은 숨 가쁘게 따라만 가다 끝나버리는 인생이 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3D 프린터나 드론 산업을 준비하던 한국의 기업가들과 관련 종사자들은 급격하게 발전하는 중국의 기업들 때문에 벌써부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래의 가치를 위해 몇 년간 준비를 했지만, 성능은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국산 제품의 절반 정도인 중국산 제품의 급속 성장에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거죠.
안타까운 점은 많은 언론에서 유망산업, 유망 직업들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지만, 그 유망직종의 특성을 분석하는 기사는 많이 없다는 점입니다. 보통 유망직종이라고 언급되는 직종의 특성을 살펴보면 그 큰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유망직종이란 일단 ‘메가트렌드’와 관련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죠. 메가트렌드는 일시적인 유행과는 다르게 당분간 장기간에 걸쳐 지속될 큰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서, 고령화, 저성장, 4차 산업혁명, 글로벌화, 환경오염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또한 더 세부적으로 몇 가지 특성을 파악하자면, 첫째로 소프트웨어 데이터와 관련된 산업이 성장한다는 점, 두 번째로는 고령화, 저출산처럼 인구와 관련된 산업이 성장한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는 3D 프린터, 드론, VR처럼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그와 관련된 산업들이 성장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직업에 대해서 고민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뜬다는 유망직종 그 자체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앞으로 유망하다는 직종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이 아닐까요? 유망직종 그 자체는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고, 내가 그 일을 해서 행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말이죠.
유망직종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에는 문제가 있지만 그 유망직종을 만들어내는 거대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고 매우 유용한 일입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기업에게는 트렌드를 파악하는 일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기에게 맞지 않는 거대 트렌드가 별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기업은 그렇지 않죠. 기업은 최대 다수의 소비자에게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서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종업원 개개인이 그 트렌드와 맞는지 안 맞는지와 상관없이 거대 트렌드를 먼저 파악하고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가트렌드는 개인보다는 기업에게 더 직접적으로 유용한 정보라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트렌드를 굳이 따라갈 이유는 없더라도, 지나간 과거의 트렌드를 정답으로 알아서는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해당이 되는 이야기이며, 제가 미래 트렌드 교육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인공지능의 발달로 청소년 교육에 있어서 암기와 계산의 중요성이 떨어지는데 아직도 학원까지 보내가며 공부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학부모. 그리고 저출산으로 인해 앞으로 입학하는 학생의 수가 줄어들어 교사의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안정적이란 이유로 교사를 장래희망으로 삼는다는 어린 학생. 또 전기차 시장의 세계적 점유율이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리를 배우면 먹고사는 데에는 문제없다며 열심히 내연기관 자동차 수리공을 준비하는 사람 등을 그 예로 들 수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 예로든 그 직업을 너무나 사랑하고 자신이 즐길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단지 돈이 된다는 이유로, 그리고 안정적일 것이라는 이유로 그 일을 준비한다면 앞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겠죠.
트렌드를 따라갈 이유는 없지만,
지나간 과거 트렌드를 정답으로 알아서는 곤란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로는 자기중심을 확실히 잡은 사람에게는 트렌드가 새로운 연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개인 혹은 소상공인이 트렌드를 너무 따라가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파악 없이 트렌드만을 따라간 것이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자기가 어떤 일을 잘하고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파악을 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의 교습 실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 강사는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자신의 강의 영상을 올려 사람들에게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요리 실력에 자신이 있는데 무언가 색다른 것을 추가하고 싶은 요리사라면 3D 프린터를 활용해 요리에 활용할 초콜릿 장식품을 출력해 더욱 신선한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기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트렌드를 이용한다기보다 따라가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마치 나침반 없이 표류하는 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최종 목적지를 모르기 때문에 다른 배가 가는 곳만 졸졸 따라다니다가 길을 잃으면 또 다른 배를 따라가는 꼴입니다.
앞으로 미래의 세상은 고령화, 자동화, 저성장, 환경오염, 빈부격차 등 다양한 거대 트렌드의 파도들이 나의 배를 덮쳐 방향을 수시로 흔들어 놓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소중히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라는 나침반을 준비해놓지 않은 사람은 트렌드라는 파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휩쓸려 떠내려갈지도 모릅니다.
반면 자신의 대한 철저한 파악을 통해 그 나침반을 준비한 사람을 트렌드라는 거대한 파도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지까지 순항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렌드와 유망직종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트렌드가 중요해지고 유용해지는 순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중심을 잡아 인생의 나침반을 준비한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인생의 가치'라는 나침반을 준비해놓지 않은 사람은
트렌드라는 파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휩쓸려 떠내려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