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제가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절, 3년 간 학원에서 중고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학원 강사라는 직업은 저에게 굉장히 잘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 일을 꽤 즐기기도 했습니다. 학원 강사에게는 몇 가지 중요한 자질이 있는데,
첫째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
둘째는 아이들과 친구처럼 잘 지내야 한다는 것,
셋째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위한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마지막 동기부여는 보통 대학, 성공, 돈이란 키워드들과 연관되기 마련인데, 저도 그랬지만 보통 학원강사나, 선생님,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해야 할 이유를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가서 성공하기 때문에’로 들곤 하십니다.
혹은 좋은 대학 가지 않으면 인생 망한다는 식으로 겁을 줘서 공부를 시키는 경우도 흔하죠. 실제로 학원의 경우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학부모에게 전화를 돌려서 지금이 아이에게 제일 중요한 시기이니 지금 공부를 안 하면 큰일이 난다거나, 다른 아이들은 벌써 선행학습에 들어갔기 때문에 아이가 이번 방학에 선행학습을 안 하면 뒤처져서 큰일 난다는 식으로 학부모를 불안하게 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 못 가면 인생 망하는 거야!
하지만 경제의 동향과 기술의 발달, 취업현황 등의 흐름을 보다 보면 그 이유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가 학원 강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들의 진로를 위해, 그리고 자기계발을 위해서 미래 트렌드를 공부하다 보니 지금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가르치는 공부가 사실 미래에는 아이들에게 득은커녕 오히려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게 된 겁니다.
서울 소재의 대학에 들어갔지만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기사도 많이 볼 수 있지만 더욱 큰 변화는 정규직 고용이 점점 줄어들고 일자리가 로봇, 인공지능 등의 발달로 계속 대체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나마 정규직으로 채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재직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 등 더 이상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성공해’라고 말하기 힘든 이유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의 교육이 많이 변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교육내용은 암기, 계산 위주로 진행이 되고 있으며, 창의력을 발휘하거나 각자의 개성을 찾기보다는 성적 경쟁을 통한 대입을 중심으로 운영이 되고 있죠. 특히나 공교육의 경우 그 조직의 규모가 크다 보니 그 교육을 빠르게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문제는 학원이란 방과 후 사교육 기관마저 그 공교육의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문제점을 오히려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겁니다. 즉 미래의 생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창의성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방과 후 자기 직전까지 공부만 하게 도와줘서(?) 아예 창의성을 키우지 못하게 해주고 있는 거죠. 마찬가지로 미래의 다른 중요한 자질들 역시 키우기 힘든 여건입니다.
물론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임금 수준이 고졸이나 전문대를 졸업한 사람의 임금 수준보다 높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100세 시대에 한 사람이 한 가지 직업, 한 직장에서 평생을 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학 4년간의 공부와 한 가지 전공으로 먹고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앞으로 어느 대학에 입학을 하건 새로운 지식을 계속 배워가야 한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간판,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그 아이의 100세 인생 전반에 줄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거죠. 그렇다면 ‘좋은 대학에 가야 성공한다’라기보다는 ‘좋은 대학에 가면 첫 직업을 가질 때는 유리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직업을 여러 번 바꿀 100세 시대,
대학 4년간 공부한 전공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아이들의 ‘행복’이란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지금의 학교, 학원의 교육시스템처럼 경쟁체제에서 아이들을 계속 경쟁시킨다면 그 아이의 미래가 너무 불행합니다. 지금도 청소년 자살률이 OECD 가입국 중 1,2위를 다투고 있는데, 이 상황이 미래에도 해소될 것 같지 않습니다. 경쟁이 습관화된 사람은 청소년기에는 성적을 위해 경쟁하고, 그렇게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는 직업을 위해서 경쟁을 하고, 직업을 가져서는 인공지능의 발달과 경쟁을 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공부를 잘했던 사람일수록 새로운 인생을 원하거나 자기계발을 할 때 첫 번째로 선택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 아니라, 대학원 진학이나 혹은 유학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을 ‘공부병’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부릅니다.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때 틀에 박힌 공부부터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가치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분야에서 더 노력해서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면 그 인생이 앞으로 행복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지 않을까요?
우리가 인생을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제일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배우는 이유, 돈을 버는 이유, 노력하는 이유는 모두 결국에는 행복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 행복을 위한 다지만,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게 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행복 역시 보장해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이어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에서 10시까지 또 암기, 계산을 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