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같은 바람길을 지나
나 홀로 꿋꿋히 매화가 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포근한 햇살과 함께
목련의 꽃잎도 펼쳐지기 시작했다
꽃길이 펼쳐짐과 동시에
내 마음에도 민들레 홀씨가 날아드는
간질거리는 계절, 봄이 왔다
살랑거리는 그 감정은
계절을 타고 봉오리를 맺고 나서
벚꽃이 흩날리는 그 언젠가 설렘을 남긴다
그 언젠가는 출근길이 같았던
버스 안의 누군가에게 눈길을 뺏겨
한 달이 지나서야 쪽지를 쥐고 따라 내렸고
그 언젠가는 벚꽃길을 따라
집에 데려다 주는 어느 그 이를 좋아했다
올 봄에도 역시
마음에 발길을 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다르게
나는 움직이지 않고, 보고만 있다
먼저 다가가는 마음에
돌아오지 않는 마음이라거나
혹은 마음의 저울을 타는 그것들을
기다려 줄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겠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왜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기만 하고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지는 않을까
이상한 고민에 사로잡힌 때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내 눈에 많이 띈 글귀 덕에
그런 이상한 생각은 비행기로 접어
저 멀리 날려 버렸다
내 곁에 남을 사람은
떠나 가라고 소리를 질러도 있을 것이고
내 곁을 떠날 사람은
곁에 있어달라 부탁을 해도 떠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내가 그 자체임에 매력을 느끼고
나를 바꾸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를 사랑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