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음악을 콘텐츠로 사용한다고 하면 십중팔구 오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음악을 문화 마케팅에 쓰고 싶기는 해요. 그런데 음악을 가지고 대체 뭘 할 수 있죠?"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음악이 눈에 보이는 유형이 아닌 무형의 콘텐츠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사용 과정이나 결과를 보여주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확률 또한 높다.
이미지, 캐릭터, 영화 부분 클립 등 이미 눈에 보이는 콘텐츠를 활용하면 활용에 대한 결과를 바로 사용한 콘텐츠와 연결시킬 수 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해리포터,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라이선스 및 협업이 그에 해당할 수 있는데, 이미 탄탄한 코어 팬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호감이 높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함께 활용했을 때 우호적인 결과를 보기가 쉽다. 결과론적으로 해당 콘텐츠를 썼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하여 음악을 협업 콘텐츠로 활용하거나 라이선스 하는 경우, 음악 자체가 눈에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성과가 나더라도 가시적으로 보이는 다른 요인들에 그 공로가 밀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또는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의 느낌을 배가 시키기 위하여 특정 음악을 공들여 라이선스 했다고 가정해 보자. 최종 콘텐츠의 결과물이 메가 히트를 쳐도 그 공로를 돌릴 수 있는 요인은 음악 말고도 너무나도 많다. 배우 캐스팅 라인업이 화려해서,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미술감독의 센스가 좋아서, 로케이션이 예뻐서, 연출감독의 미장센이 돋보여서... 그 공로의 맨 끝에서 첫 번째 혹은 두 번째에 그제야 음악의 공로가 있다. "이 장면에서 이런 음악을 썼기 때문에 작품의 깊이가 배가 되었구나" 정도. 음악은 대부분 오롯이 협업의 결과를 성공으로 이끈 주역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음악 한곡은 대중가요나 팝 음악 기준 길어봐야 3분 30초에서 4분 내지이며, 클래식이나 재즈처럼 길어봐야 10분에서 20분 사이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왜 음악이 협업의 오롯한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것인가 궁금할 수 있다. 시각적인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과 같은 오감 중심의 전시회를 연다고 가정했을 때, 방문객이 전시회를 느긋하게 보는 경우는 전시장 내 1시간 남짓이다. 그렇다면 음악 한 곡이 그 한 시간 남짓을 홀로 채울 수 없다. 영화 콘텐츠에 음악을 삽입하더라도 한 곡만 삽입하거나 반복재생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수의 여러 음원을 섞어서 쓰게 되는데, 이때에는 음원 자체보다 시간 분량만큼 공간 및 콘텐츠의 컨셉이나 테마에 맞춰서 음원의 장르나 재생 순서를 나열하는 소위 큐레이션을 누가 하는가가 더 중요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음악들이어도 베토벤 월광소나타, K-Pop 아이돌의 대세 노래, 뉴올리언스가 생각나는 재즈 스캣을 한 프로젝트에서 일괄적으로 소화해 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콘텐츠를 성공으로 이끈 단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우선 주목에서 밀려나는 음원 콘텐츠는, 그다음에는 좋은 음악을 때와 장소에 맞게 잘 배치할 수 있는 큐레이터에게 그다음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음악을 선정하는 큐레이터의 직무 선까지 오게 되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아래 세 가지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1. 전문 큐레이터에게 선곡과 라이선스 취득을 모두 맡기는 방법
2. 선곡만 전문 큐레이터에게 맡기고 라이선스 취득은 스스로 진행하는 방법
3. 선곡 큐레이션과 라이선스 취득 모두 스스로 진행하는 방법
진단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하는 말과 같이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나는 그에 상응하는 보수만을 지급하는 방법이 가장 쉽겠으나, 겪어보니 그 또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소위 양념이 가미되지 않고 잘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내가 상사에게 보고를 하는 위치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일에 대한 진행상황을 보고 할 때 만약을 대비한 대책까지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활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면 그게 전시회가 되었든, 콘텐츠 제작이 되었든, 쇼케이스가 되었든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은 음원의 활용 권리인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일이다. 라이선스 사용 허락은 언뜻 보면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면 그만인 것 같지만 그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절차들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일을 훨씬 더 수월하게 해 줄 수도, 일을 꼬아버릴 수도 있다.
기본인 것 같지만 중요하고, 많이 알 것 같지만 생각보다는 많이 모를 수 있는 음악 라이선스의 디테일.
콘텐츠 제작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음악 라이선스의 기본과 절차를 알게 되고 나면 더 이상 음악 콘텐츠 활용이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