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끔은 이 남자를 너무 일찍 만난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들어"
"왜, 이제 다른 남자 못 만나볼 까봐?"
"뭐, 그렇기도 하고 히히"
"이 보다 더 좋은 남자, 그래도 있을 것 같지? 근데 지금 감정, 깊이 못 따라와"
"그건 그래. 한편으로는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지금 이 남자만큼 사랑할 수 있을 지, 사랑 받을 수 있을지 겁이나"
"그럼 뭐가 고민이야? 그대로 잘 사귀면 되지"
"그냥. 너무 평온하고, 포근하고 좋은데, 그러니까 덜컥 겁이나네"
"넌 뭐가 제일 좋아? 지금 네 남자친구. 어떤 점에서 딱 이 남자다! 싶어?"
"정말로 내 발전 가능성과 비전, 내가 그리는 미래를 믿어주는 사람이야. 가볍게 웃어 넘기지 않고, 내가 고민하는 것에 진지하게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줘. 근데 또 부담스럽게 강요하지 않아. '내가 먹여 살리지 뭐' 하고 말해. 언제든 날아다니다 힘들면 자신에게 오라 해. 그게 있지, 엄마. 가족과는 다른 느낌이다? 진짜로 내 뒤에 누군가가 버티고 서 있다는 느낌. 가끔 이 대화를 곱씹어 보는데, 그때마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 진짜로 날 믿어주는 것 같아서. 날 사랑해 주는 것 같아서."
"아, 또 한가지 있어. 오빠가 안아줄 때 가끔 그 픔이 너무 좋아서 막 웃어, 내가. 그럼 '엄청 좋아하네?'하고 또 웃어, 오빠가. 내가 사랑에 빠진 모습을, 자신을 사랑해 하는 모습을 못 견디게 좋아해. 항상 고맙다고 말해. 내가 오빠를 좋아하는 걸 감사하게 여길 줄 아는 남자야. 당연하다고 느끼지 않아. 내 감정을,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아"
"엄마도 그 애가 좋은 애인 줄은 진작 알아 봤지. 내 딸이 이렇게 푹 빠져서 어떡하니?"
"엄만 어땠어? 엄마는 왜 아빠였어?"
"나도 너랑 같았어. 이 남자는 왠지 믿어도 될 것 같고, 기대도 될 것 같았어. 힘들었지. 결혼하고 속 많이 썩였지. 그래도 있지, 아직도 엄만 아빠가 어디 가서 우리 가족, 나 실망 시킬 행동 하지 않는다고 믿어. 그 믿음이 30년 가까이 이렇게 굳건히 있어"
"가끔은, 남자친구가 우리 아빠를 조금 더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아빠랑 그렇게 싸우고, 지금도 혼나는데. 난 엄마를 보고 커와서 그런지, 아빠같은 남자를 찾아. 지금 남자친구에게서 아빠와 닮은 점을 발견하면, 그게 너무 좋아. 난 아직도 엄마 아빠 품을 못 벗어나나봐"
"그래도 아빤 내 남자야"
"엄마, 난 더 젊은 남자 있어"
2016.02.07
엄마의 침대 위에서, 잠들기 5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