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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Feb 05. 2021

사진으로 걷는 올레 17코스

제주도민의 언제 포기할지 모르는 올레길 돌파기 (1)

1. 월대(외도)천. 제주에 몇 안 되는 물이 계절 내내 흐르는 천. 17코스는 월대천을 따라 내려가게 설계되어 있다. 웬만한 자연은 다 있는 제주에도 계곡이 있으면 좋겠다고 푸념을 늘어놓게 되는 정도다. 볼 건 없었다.


2. 이호. 어렸을 때 가까워서 가장 많이 놀러 왔던 곳이기도 하다. 개발과 보존이 맞부딪치는 곳이다. 현재는 늘 그랬듯 개발이 압승 중. 제주바다는 그 사이에서 늘 외롭다.


3. 평이한 올레17코스에서 그나마 가장 힘든 도두봉을 앞둔, 바다의 배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배들은 언제나 제주스럽다. 낚시꾼들을 타깃으로 할 배낚시를 업으로 하는 배들이 많았다.


4. 올레17코스는 아니지만, 경로를 이탈하여 들른 사대부중. 나의 모교이자 나와 함께 걸어주는 성훈이의 모교이기도 하다. 예전엔 엄청 커 보였던 공간은 이제 우리 눈에는 줄어들었고 추억이 깃든 장소는 새로운 건물로 뒤덮여 없어지기도 했다.


5.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내 동네 바다, 동한두기와 서한두기. 동한두기 사인 밑의 파란 올레 표지와 불가사리가 귀엽다. 바다는 중국에서 몰려왔다는 괭생이들로 북적였고 냄새났다. 지구도 아프고 한국도 아프고 제주도 아프고 우리 동네 바다도 아픈 것 같아서 슬펐다.


6. 동한두기서부터는 더욱 볼 게 없는 17코스였다. 우리가 나고 자란 곳이라 더 그랬다. 수백 번도 더 걸었을 그 길이라서. 그래서 사진도 하나 없다. 다 걷고 보성시장에서 국밥&순대&막걸리. 막걸리 맛 때문에 걷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낮부터 과음했다. 감초식당 아니라, 강남식당.


7. 사실 올레 패스포트는 걸을 땐, 없었다. 올레길은 도장 찍는 맛인데, 잊고 있었다. 이틀 뒤에서야 간세 라운지 가서 따로 사서 차로 이동하며 스탬프를 찍었다. 진짜 걸었던 거니까 당당하게 찍었다. 다음부터는 걸으면서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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