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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Jun 08. 2022

사이버 폭력의 중심, 단체채팅방

마흔 번째 책 <13일의 단톡방>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사이버 폭력 교재로 사용되어도 손색없을 정도라고 감히 추천드린다."


강렬하면서도 강력한 추천사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존재 가치를 단번에 설명한 추천사라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등 사이버 폭력을 주변 꼭지로 다룬 책들은 몇 번 접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사이버 폭력 자체를 가지고 중심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물론, 모든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요.). <13일의 단톡방>은 사이버 폭력 자체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13일간 단톡방에서 일어난 일, 그리고 단톡방에서의 일이 삶에 미치는 일까지를 그리고 있죠. 


<13일의 단톡방> 이야기는 4학년 민서와 아무도 정체를 알지 못하는 학교 최고의 SNS 스타 루킹이 중심이 되어 전개됩니다. 민서는 친구들과 함께 '예쁜 우정 영원히'라는 단톡방에 속해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 단톡방에 갑자기 싸늘함이 감돌기 시작하죠. 단톡방 안에서 민서는 마치 유령이 된 것만 같습니다. 민서의 말에는 약속이나 한 듯이 답을 하지 않거나, 건성으로 혹은 삐딱하게 대답하기 일쑤니까요. 대체, 민서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갑자기 따돌림당하는 이유를 말이죠.


"아무것도 몰랐던 어제보다 더 끔찍했다. 순간 교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쉬는 시간이 아닌 것처럼 조용한 교실. 민서를 쳐다보고 있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눈은 안 보는 척 귀는 바짝 댄 아이들. 이제껏 알던 교실이 아니었다."


한편, 루킹은 학교 어떤 단톡방이든 자유롭게 들어가 남의 약점을 들추어내는 해커입니다. 하지만 유쾌한 성격으로 학교 친구들에게 엄청난 추앙을 받고 있죠. 그 정체는 누구도 모릅니다. 여느 날처럼 단톡방을 돌던 루킹은 자신이 따돌림당하는 게 모두 루킹이 거짓 소문을 퍼뜨린 탓이라며 채팅창에 온갖 욕을 쏟아붓고 있는 민서를 마주하게 됩니다. 루킹은 민서에게 자신이 낸 소문이 아니라고 하며, 진심으로 억울해합니다. 그리곤 사실을 밝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로 하죠. 루킹이 민서의 단톡방 따돌림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루킹은 오픈채팅방(익명의 단톡방), 개인 채팅방 등을 돌아다니며 그 이유를 조사합니다. 그리고 결국, 민서가 따돌림당하게 된 이유를 찾아내죠. 원인은 민서의 프로필 사진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찍은 사진 중 자신이 가장 잘 나온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두었는데, 나머지 친구들 중에서 한 친구가 눈을 감고 있었던 것입니다. 민서는 저도 모르게 '앱공주 바이러스' 취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민서는 자신이 따돌림당한 이유에 황당했지만, 분노를 머금고 사과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친구들은 이전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습니다. 사과할수록 더 괴롭히고, 가만히 있을수록 더 괴롭힐 뿐입니다. 참, 적나라하게 아이들의 단톡방을 꺼내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불편한 진실이지요.


"쟤네들은 절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걸. 자기들이 저러는 이유를 끝도 없이 찾아낼 거야. 네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흠이 되고 핑계가 될 거야. 너야말로 먹이 그만 줘." 


민서는 루킹과 함께 복수를 준비합니다. 루킹과 함께 지금까지 벌어진 단톡방에서의 일을 캡처해 학부모회, 선생님, 학폭위에 신고하겠다고 아이들에게 선언하죠.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또, 왕따 당하는 걸 소문내는 일은 민서가 절대 하지 못할 거라며 오히려 화를 내고 비아냥댑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곧, 민서에게 문자 메시지가 하나씩 도착합니다.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걸 인증(?) 받기 위한 비겁한 몸부림입니다. 고작 13일간의 단톡방에서 민서는 대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민서의 단톡방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요?



<13일의 단톡방>을 읽으며, 몇 해 전 우리 반에서 무려 열두 명의 친구들이 단 한 명을 따돌렸던 단톡방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양상이 대단히 비슷하기도 했죠. 너무나도 간단하고 아무렇지 않게 따돌림이 진행되었던 단톡방을 보고 느꼈던 참담한 마음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저에게 단톡방의 존재를 들켰을 때야 부랴부랴 전화로 문자로, 혹은 직접 찾아가서 그 아이에게 사과하는 열둘의 아이들을 보며 제 앞에서 서서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열둘의 아이들에 마음이 아팠던 것이 아니라, 열둘의 친구를 모두 잃은 채 학교에 다닐 수는 없기에, 그 사과를 받아줄 수밖에 없는 한 명의 그 아이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이에게 열두 개의 사과는 받아주어야만 하는 일종의 통보였을 테니까요.


단톡방이 사이버 폭력의 주된 무대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대단히 시의적절한 소재를 다룬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민서의 입장에서 13일간의 지옥을 겪고 있는 그 마음을 아프게 공감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저도 단톡방을 아예 금지시켜보기도 하고 제가 함께 참여해서 단톡방을 관리해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누군가의 명령이나 감시가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변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책을 읽으며, 단톡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나아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학교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들의 현명한 행동을 찾아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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