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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Oct 13. 2022

라면을 먹는다는 건

마흔두 번째 책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지난주에 아이들과 인성수련을 다녀왔습니다. 인성수련 일정에는 바다 환경 정화 활동도 포함되어 있었죠. 갈대가 멋지게 펼쳐진 '닭머르' 아래 바닷가 정화 활동이었습니다. 닭머르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평온하고 아름다웠지만 내리막을 따라 더 가까이 마주한 바다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각종 해양 쓰레기로 뒤덮인 곳이었죠. 쓰레기를 줍는 내내, 우리는 참담한 마음이었습니다. 한 아이는 큰 진공청소기를 가져와 모든 쓰레기를 빨아들이고 싶다고 하더군요. 아마,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환경' 이슈는 이젠 정말 피할 수 없는 이슈입니다. 윗 세대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위협이 기다리고 있는 다음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 세대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환경의 심각성을 쉽게 체감하지 못합니다. 학교에서도 환경 교육을 하고 있지만, 단편적으로만 흘러가는 환경 교육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는 아이들에게 수많은 환경 이슈를 직접적이면서도 무겁게 말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읽는 내내 처음 알게 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스토리 라인을 설명하는 것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몇 가지를 열거해드리고자 합니다. 


- 자동차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보다 고기 소비를 반으로 줄이는 게 기후 변화를 먹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했어. (33쪽)

- 하늘다람쥐를 보호하기 위한 생태 통로도 있어. 20미터 정도는 날아서 이동할 수 있지만 높이 날지 못하는 하늘다람쥐를 위해 도로 양측에 기둥을 설치한 거지. (64쪽)

- 앨버트로스가 바보라서 그런 짓을 한 게 아니야. 플라스틱에서 나는 냄새가 식물성 플랑크톤이 썩을 때 나는 냄새랑 굉장히 비슷하대. 그래서 새들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는 거지. (121쪽)

- 한 사람이 일주일에 5그램, 그러니까 신용카드 한 장 무게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어. (122쪽)

-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하와이에서 최근에 '자외선 차단제 금지법'이 생겼어. (129쪽)

- 돌고래는 30년 넘게 사는 장수 동물인데, 수족관에 있는 돌고래는 2년 넘게 사는 일이 드물다고 하니 말 다 했지. (148쪽)

-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유리 벽에 부딪쳐서 죽는 새가 자그마치 800만 마리나 된대. 하루에 2만 마리 정도가 유리벽에 부딪쳐 목숨을 잃는다는 얘기야.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가 대략 170만 마리 정도라고 하니, 겨울 철새의 거의 다섯 배나 되는 많은 새가 유리 벽 때문에 사라지고 있어. (195쪽)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에는 환경에 대한 이슈가 스물한 꼭지 실려 있습니다. 이 책만큼은 소개되는 이슈마다 잘라 읽으면서 자료를 더 찾아보고, 토론하고, 느끼고 배우고 생각한 것을 정리하며 읽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책을 읽는 내내, 환경이라는 이슈가 체감할 수 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에 늘 존재했지만 외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길 바랍니다. 탁 트인 멋진 바다를 볼 수 있는 닭머르 전망대가 아니라 닭머르 전망대 아래, 숨죽여 울고 있는 바다를 바라보기 바랍니다.


아이들과 바닷가 환경 정화 활동을 한 시간 남짓 하고 나서 우리 앞에 놓인 건 포대 대여섯 자루와 포대에도 들어가지 않는 대형 쓰레기들이었습니다. 주운 해양 쓰레기들에는 염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분류도 어려워서 대부분 재활용되기 어렵다고 합니다. 매립이나 소각도 어려운 상황이죠. 그래서 제주 바다에서 모인 쓰레기들은 그냥 중산간 지역에 쌓아두고 있다고 합니다. 쓰레기를 힘껏 줍고 나서도 막막한 결말이 뒤따른다는 사실이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도, 아이들도 모두가 환경에 귀를 기울이고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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