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사회를 하나의 경주라고 흔히들 표현합니다. 사람들은 삶의 중요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성취하려고 노력하고 경쟁합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세운 체 바쁘게 달려가는 마라토너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런 목표 지향적 사회는 우울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삶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지만 막상 결승선은커녕 출발선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넘어지는 본인의 모습에 스스로를 놓아버리는 것이죠. 우울증에 따른 무기력함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질적인 감정 중에 하나입니다. 무엇을 해도 의욕이 없고 내가 왜 시작했는지,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희미해져가기만 합니다. 남들은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승승장구 저만치 달려가고 있지만 따라가야 한다는 마음만 들고 본인은 제자리걸음인 모습에 낙심과 무기력을 느낍니다.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중에 하나인 세로토닌의 저하로 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가진 세로토닌을 잠깐 설명하자면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꼈을 때 주로 분비되는 물질입니다. 이 세로토닌은 이혼, 사고 같은 사회적 원인 혹은 낮은 자존감 등의 심리적 원인에 영향을 받습니다. 연쇄적으로 불행한 일을 겪게 되면 세로토닌은 저하되고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등 우울증이 유발되는 것입니다.
삶에 대한 무기력함과 우울감에 휩싸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너무 삶의 의미, 목표, 존재 가치에 연연하지 않길 바랍니다.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그런 것들이 필수 가치가 아닙니다. 마블의 히어로처럼 지구를 구해야 하는 숙명과 같은 거창한 목표가 없다고 해서 본인이 현재 의미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요리사가 요리를 하지 않으면 삶의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요리사가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대접하는 순간 이외에도, 자기가 사랑하는 애완견과 산책을 하던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가는 순간 모두 일상의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가치를 상승시킬만한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몇 억이 걸린 대회를 우승했을 때 우리는 짜릿한 행복을 느낍니다. 하지만 때로는 길가를 지나다 어쩌다 마주친 네 잎 클로버, 맑은 하늘에 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우리에게 더 큰 위로와 행복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온다거나 네 잎 클로버를 보며 "오늘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면 기분 좋음을 느낍니다. 사소하고 어쩌면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값진 의미로 받아들이면 이것 또한 행복으로 전해집니다. 더 나아가, 작은 행복들이 쌓여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고 실질적으로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자주 보는 사람보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의 변화를 더 눈치채기 쉽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에게 있어서 변화는 미미하게 그리고 천천히 일어납니다. 마치 영원이 매서울 것 같았던 겨울이 어느새 꽃이 만개한 따스한 봄으로 바뀌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너무 자신의 목표에 집념한 체 바쁘게 살았기에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가끔은 삶의 템포를 늦추고 주변을 둘러보길 바랍니다. 의학계에 큰 발전을 기여한 엑스레이도, 인류를 구한 페니실린도, 전 세계가 사랑하는 아이스크림도 전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우연히 발명되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의 소소한 변화에 반응하고 우리 앞에 주어진 지금을 행복으로 채워가길 바랍니다. 혹시 어쩌면 그토록 갈망하던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