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상냥하고 친절하고 선한 마음을 베푸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선함을 강요하며 내 마음을 억누르고 있지는 않을까요.
나를 희생하는 행동, 타인에게 더 이득이 가도록 양보하는 행동을 미덕으로 이야기하고 이기심을 나쁜 것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희생은 결코 장기적으로 큰 기쁨을 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희생하는 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보상을 바라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선한’ 행동은 오히려 인간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행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람은 일단 자신의 생존을 위해 먼저 살아가고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그 부분이 채워지고 여유가 생겼을 때 다른 이도 돌볼 수 있게 됩니다. 만약 내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이를 챙기기가 어렵습니다. 이때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다른 이를 돕는 행동이 바람직하고 숭고한 것조차도 아닙니다. 이때 가장 먼저 돌보고 챙겨야 할 대상은 나 자신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챙기는 것은 자기 자신이 가장 먼저 할 수 있도록 점점 그 방법을 익혀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만큼 사실은 나는 나 자신의 마음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자신과 만나가야 합니다. 내 힘든 마음,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여주고 알아주어야합니다.
내가 모두에게 잘 하고 싶다면 그 뒤의 동기도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 이유가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게 되는 것이 무서워서, 혹은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일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들이 나쁜 마음이거나 나쁜 동기인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마음들은 상처받은 마음, 채워지지 못한 마음입니다. 이러한 두려움과 상처를 알아주고 보듬어 줘야합니다. 이런 상처를 내버려 둔 채로 그저 착한 사람으로 행동하고자 노력한다면 그 행동 동기가 두려움이나 상처이기 때문에 그 두려움이나 상처가 치유될 겨를이 없습니다.
사람들끼리는 파장이 있습니다. 더 잘 맞고 안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에 따라서 선입견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취향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서 내가 더 쉽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도 내가 더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너무 불편한데, 그렇게 그 사람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나쁜 일이라며 자신을 그 사람과 가까워지게끔 몰아붙인다면 자기 고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적당한 거리나 누군가 더 거리를 두는 편이 내 마음에도 상대방의 마음에도 좋을 수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 친한 관계가 되는 것만이 가장 좋은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서로가 느낄 수 있는 편안한 거리를 찾아가고 그 거리를 움직여가는 것이 좋습니다. 친한 친구도 잠시 떨어져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조금 먼 친구도 어쩌다 보면 더 함께 어울릴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거리가 하나로 정해지거나 한번 고정되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계속 변화하고 변화해야합니다. 변화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물론 소중한 순간이나 추억을 만난다면 그 순간의 느낌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삶은 점점 흘러가고 관계도 계속해서 변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변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적당한 거리를 계속 찾아가야 합니다.
세상 모두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세상 모두를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부작용이 심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무엇인가를 선과 악으로 나누면 이분법이 생깁니다. 그러면 그 사이의 무수한 스펙트럼을 놓칠 수 있습니다. 행동이 좀 더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나 다른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식으로 담백해지면 선과 악의 논리로 누구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서 처단하고 누구를 선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치켜세우는 일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가 아프거나 상처 입는 것이 싫어서 하는 행동은 어쩌면 나의 선함에서 비롯된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상대방이 상대방의 상황에서 어떨지 느끼는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상대방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반드시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에서는 끊임없이 대화가 필요합니다.